카테고리 없음2020. 7. 6. 02:12

코로나는 우리의 삶의 풍경을 대폭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나는 봄학기 내내 학생 얼굴도 못보고 화상으로만 수업을 해야 했고, 미국에 다녀온 나는 지은 죄도 없이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 있다. 우리 생활의 깊고 얕은 모든 영역에 코비드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니, 이제 우리의 경조사 문화도 검토가 필요하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장성한 자녀를 가진 지인과 통화를 길게 하게 되었다.  코비드를 예방하기 위해서 우리가 개인적으로 얼마나 조심을 하고 있는지 마스크며 외출을 삼가는 것이며 그렇게 서로 자랑하듯 '조심' 얘기를 하다가 자녀의 '결혼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에 이르렀다. 

 

나의 의견:  이 '난리통'에 예전처럼 결혼식을 하려는 것은 타인에 대한 '폭력'과 마찬가지이다. 청첩장 받고 안가면 사람의 도리가 아닌것이 한국의 문화인데, 꾸역꾸역 청첩장 돌리면 마스크를 이중 삼중으로라도 하고 꾸역꾸역 가야 하는게 아닌가? 제발 예전같은 큰 결혼식 하지 말고, 직계 가족끼리 모여서 작게 결혼식 하되 -- 여태까지 남의 잔치에 축의금 낸거 본전 뽑아야 하는 현실적인 필요성을 감안하여 -- 결혼 소식을 띄우며 은행계좌를 안내하라는 것이다. 

 

원리는 이렇다.

 

  1. 한국에서는 경조사에 돈봉투 갖고 가는것이 자리잡은 문화이고, 경조사 소식이 들려오면 가계부 들여다보고 '그 때 그 집에서 우리집에 얼마 보냈지?' 이런것 확인하여 액수 맞춰서 갚는 것이 일상이다.  좋게보면 상부상조, 그냥 중립적으로 보면 내가 낸 돈 내가 타먹는 형식. 
  2. 코비드 때문에 사람 청하는 것이  환영받지 못한다.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 할 수도 있다. 그래도 행사를 안하면 내가 낸 돈을 회수할 수가 없으므로 잔치를 해야만 한다.
  3. 돈의 회수를 위한 잔치라면 잔치 생략하고 그냥 은행계좌를 안내하면 된다. 그러면 축의금 갚아야 하는 사람은 흔쾌히 은행으로 축의금을 보낼 것이고, 위험한 잔치에 안가도 되니 안도할 것이다. 
  4. "그래도 어떻게 잔치도 안하고 돈만 받는가? " --> 이게 문제인데, 뿌린 돈 회수 (좋게 말해 상부상조) 차원의 불필요한 잔치 이벤트를 그냥 생략해도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난리통이고 사람 부르는 것이 오히려 민폐이니까. 
  5. 그러니, 문구를 잘 만들어서 안내를 하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일 모시에 이러한 잔치가 있아오나 코비드로 인해 잔치는 생략하오니 멀리서 축하해 주시옵고 (zoom, youtube 와 같은 원거리 화상 진행으로 잔치 영상은 누구나 볼 수 있게 배려하고), 축하금을 보내주고 싶으시면 이 번호로 보내주시면 고맙게 잘 쓰겠습니다. 뭐 이런 식으로.

 

 

누군가 내게 이런 식으로 잔치 소식을 알리면 -- 나는 흔쾌히 -- 잔치 장소로 나를 불러내지 않는것에 감사하면서 진심으로 축하하며 축의금을 언라인으로 보낼것이다. 진심이다. 

 

장례식은?  장례식의 경우 나는 소식 받으면 '사람들 모이기 전에' 제일먼저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봉투' 내고 인사만 하고 현장을 떠난다.  슬픈 일에는 위로가 필요하고, 잠깐이라도 얼굴 마주하고 위로 하고 싶으니까.  그러나 위험을 최소화 한다.  물론 이것도 언라인으로 송금을 원칙으로 한다.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전쟁인데, 태평한 소리 하지 마시라. 결혼 호화롭게 했다고 다 잘사는것도 아니고, 결혼은 둘이 잘 살아내면 그만인거다. 결혼식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것이 없다. 장례식도 이미 끝났으니 크게 의미 둘것 없는데, 위로 차원에서 내가 좀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나의 이런 태도에 대하여, "그건 네 삶의 기반이 미국으로 옮겨져 있고, 한국에서 사회생활 대충 해도 되니까 그런 철없는 생각을 하는거지. 한국은 달라"로 대응을 할 수도 있다. 물론 맞는 말씀이다. 각자의 생각은 각자 옳다.  나는 어느 사회에도 잘 안맞는 사람일지 모른다. 30여년전에 내가 결혼식을 할 때에도, 나는 평일 점심시간에 서울 변두리 허름한 결혼식장을 잡아서 신부 마사지니 뭐니 그런거 다 생략하고 싸구려 웨딩드레스 그 허름한 결혼식장에서 빌려서 입고 대충 결혼식을 했다. 평일 점심시간을 택한 이유는 남의 주말을 내 결혼식으로 망치기 싫어서였고, 저렴하고 허름하게 한 이유는 결혼식에 돈 쓰는게 합당치 않아 보여서 그랬다. 하객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와서 축복해주고 갔다.  그때 내 보스였던 독일인 사장도 와서 나하고 사진찍고 회의있다고 곧바로 갔다. 하하하.  그리고 우리는 30년 넘게 오르락 내리락 모험같은 삶을 잘 살아내고 있다. 나는 신부가 다 갖는 '경대'라는 것도 없이 여태 살고 있는데, 그래서 경대위에 결혼 사진 올려 놓고 그런 것도 없었다.  결혼식이 내게 큰 의미가 없었듯, 결혼사진도 내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증명사진 같은 결혼사진들은 나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뻔한 것을 전시하고 매일 들여다본다는 것은 하품나는 일일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결혼생활이 여태까지는 제법 성공적으로 흘러왔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앞날에 대해서는 또 가봐야 아는거지만, 이제 남은 것은 남편이나 나나 둘중에 하나가 먼저 떠나고  - 남은 사람이 홀로 쓸쓸하게 끝까지 살아야 하는거겠지. 어찌됐건 내 일생에 결혼은 한번. 결혼식 재미없어서 두번다시 할 생각이 없으니까 말이다.)  남편이 혹시 나보다 더 오래 산다면, 그 사람이 재혼을 하건 말건 그건 그 사람의 판단의 문제이지, 내 삶은 끝났으니 나하고는 상관이 없다. 

 

결혼식에 남에게 민폐 안끼치는것이 이미 30년전의 내 사고방식이었으므로 내 삶의 기반이 미국이건 한국이건 나의 태도는 마찬가지라는거다. 나도 사회생활 잘 하는 사람이다.  그까짓 경조사비 따위...거기에 목을 매지는 않는다. 그뿐이다.  (너는 경조사비 신경 안써도 되는 부자니까 그런거지...라는 오해는 마시길. 나는 한국의 평균적인 경제를 누리는 사람이다. 서울에 집한채 없다. 가난하지도 않지만 부자도 아니다. 그래도 경조사비, 그따위 우습다. 그게 내 삶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 자명하니까.)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