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7. 6. 00:59

 

 

내 연구실 밖의 화초들을 내가 없는 동안 남편이 챙겨서 돌봐주고 있다. 어제 남편이 화초에 물 주고나서 '증명사진'들을 보내주었는데, 5월부터 피기 시작한 호접란이 점점 더 많은 꽃 송이들을 피워내고 있고,  동양란도 꽃대 여럿이 올라오고 있다.  미국에 있을때 남편에게 "꽃들은 잘 피고 있어?" 물었더니 '물 만 주고 꽃은 못 봤다'는 애매한 답을 하길래 "꽃이 피고 있는데 못 봤어?" 물었더니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꽃이 눈 앞에 있어도 꽃을 못 보는 사람도 있구나...

꽃이 피건, 안피건 소중한 내 친구들이지만 꽃이 필때는 더욱 칭찬을 해 줘야 하는거지.  그 후로는 꽃 사진도 보내준다.  나는 남편이 보내주는 화초 사진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내 눈길로 그들을 하나 하나 만져주는 편이다. 어제 보낸 사진에서 동양란에 꽃대 올라오는것을 발견하여 "동양란 꽃대가 올라오네! 굉장하다!" 했더니 남편은 그걸 눈 앞에 놓고도 "어디? 어디?" 한다.  꽃이 있어도 꽃을 못 보는 사람.  사람의 시각적 인지 기능이 이런 식이다. 관심이 가야 보이는 법이다.  그의 잘못이 아니다.  남편은 내가 "해당화가 피었네" 해야 해당화가 핀 것을 본다. 나는 그의 또다른 눈이다.  물론 남편 역시 내가 못 보는 것을 보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사람은 여럿이 어울려 살아야 한다.

 

언니는, "너는 도대체 어떻게 하길래 서양란, 동양란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가?" 묻는다. 화초들을 햇살 좋은 동남향 창가에, 최대한 건강한 햇볕을 잘 받도록 배치하고 --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물을 흠뻑 주고 (한번만 준다. 흠뻑) -- 가끔 다이소에서 천원에 10개들이 주사기 모양 비료를 사다가 꽂아 주는 정도이다.  일년에 한번 정도는 분갈이도 대충 해 준다.  분갈이의 '분'자도 모르는 일자 무식이 대충 온라인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대충 재료 사다가 해 주는 정도이다. 그것이 전부다.  하루에도 여러차례 그 곁에서 들여다보고 예뻐해주는 것도 영향을 줄까?  학생들 숙제 채점하고 그러다가 지겨워지면 화초에게 가서 위로를 받는데 과연 그것도 영향을 끼칠까? (그건 검증이 안되므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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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실내 운동을 너무 재미있게 한 것이 원인 이었을것이다.  밤에 잠을 푹 잤는데도, 아침에 일어나서도 졸음이 쏟아졌고, 온종일 비몽사몽의 연속이었다.  '이거 뭐지?  걸린건가?' 이런 의심도 들었으나 오전, 오후 두차례 체온 측정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나이 들으니 평소에 안하던 운동을 하면 이런 식이다. 몸이 아프다.  그래서 오늘 종일 퍼 자느라 운동을 못했다. 성경 읽기도 못했다.  

 

 

오전에는 온라인으로 일요일 예배를 드렸고, 저녁 나절에 남편이 '송추갈비'에서 물냉면을 사다 주었다. 맛이 깔끔하고 속이 후련한 맛이었다.  감사하다. 이래서 배우자가 있어야 하는거다.  자가격리 할 때 냉면 사다주는 사람, 오직 '가족'만이 가능한 일이다. 

 

 

자정이 지났다.  성격읽기를 하며 이 밤을 보내야지.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