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7. 3. 18:48

 

7월 2일 입국하여 보건소에서 검사받고 자가격리를 위해 마련된 장소에 들어옴.

7월 3일 오전에 위의 문자를 받음.

7월 3일 오후에 아래의 통지서를 전화로 받음.  (음성 판정을 받았으니 격리기간을 채우고 나가라는 메시지로 보임). 만약에 양성판정을 받았다면 아래의 통지서가 아니라 -- 뭐 어디로 입원하라는 메시지가 왔을것이고 아마도 내가 들어온 이 건물 전체를 소독한다고 난리가 났을 것이며, 어제 비행기에서 시작해서 공항, 보건소등 내가 돌아다니며 스쳐지나간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아휴, 상상만해도 골치가 아프다. 그러므로 각자 최선을 다해서 스스로 감염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제 오후 7시 쯤에 검사를 받았는데 오늘 오전 9시에 문자를 받았다. 일단 음성 판정을 받아서 마음이 가볍다. 미국 공항에서 한국 공항까지 이동중에 감염되지 않았다면, 앞으로 며칠간 감염 증상이 없다면 일단 안심하고 날짜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가면 될것이다.  (내가 마스크 귀신딱지이니, 극도로 조심하고 마이크 착용을 열심히 한 것에 스스로 감사하자).   사람없는 미국 시골마을에서 혼자 산책을 할 때에도 나는 일단 마스크부터 챙겼다. 우리가 할 수 있는게 (1) 마스크 꼼꼼히 쓰고 (2) 2미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3) 손 열심히 씻고, 이 세가지만 잘 해도 나를 돕고 남을 돕은 것이 아닌가. 

 

 

남편이 내가 먹을 햇반, 반찬 이런 것을 사가지고 들렀다.  "아이스커피 좀 사다 달라니까!"  감사인사 대신에 아이스커피 먹고 싶다고 신경질을 내니까 마스크 너머의 남편이 준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를 그냥 무의도로 보내버릴것을 그랬구나..."

 

 

인천 공항 근처에 '무의도'라는 섬이 있다. 대무의도, 소무의도 이렇게 있는데, 그 무의도의 한켠에 '실미도'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무의도에 '자가격리 시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인천 공항에서 나를 기다리는 동안 공무원,  경찰관등과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가지 정보를 얻어낸 모양이다. 가족이 없거나 마땅히 격리 장소가 마련되지 않은 사람이 갈 수 있는 '무의도 격리 시설'이 있다는 것이다.  "너를 그리 보내버리면 내가 이런 시집살이를 하지 않았으련만...." (그의 한탄).   주말에는 가사도우미들도 쉬는 날이라며 주말동안 햇반 먹고 잘 지내라고 말하고 그는 집으로 갔다.  "아이고, 아이고, 아주 나를 실미도로 보내라. 내가 못 살겠다!!!" 이런 농담을 하면서 오랫만에 부부가 마스크를 쓴채 깔깔댔다.  이것도 '음성 판정'을 받았으므로 가능한 대화였다. 

 

그런데, 내가 사전에 검색을 해보니 '자가격리자를 위한 식량 보급품'을 받았다는 블로그 내용들을 볼 수 있었는데, 내게는 아무도 먹을 것을 갖다 놓아주지 않는다.  뭐지? 나도 세금 다 내는데 왜 나는 잊혀진거지?  어차피 식량 보급품이 쌀이나 라면 뭐 그런 종류이므로 안받아도 사는데 지장 없으나, 남들 다 받는거 나만 안받으면 손해 본다는 느낌이지.  무인도에 나만 버려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만약에 우리 남편이 없었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거였지? 아 뭐냐구?  (정부는 우리 남편이 나를 돌보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것일까?  -- 이런 생각도 해본다.)

 

 

어쨌거나 이대로 얌전히 자가격리 원칙을 준수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창밖으로 저만치에 내 연구실 창문이 보인다. 그 창문을 보는 것 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성경 통독을 시작한다. 2주에 성경통독을 하려면 하루에 약 200 페이지씩 읽어나가면 될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학교 근처 주상복합건물의 오피스텔이다. 에어비앤비로 자가격리 시설 승인을 받은 곳으로 보인다. 학교에서 준비해 주셨으므로 나는 얌전히 지내다 나가면 된다.  내가 오기 직전에 이곳을 사용하고 나갔던 사람이 뭔가 물건을 찾으러 왔는데 이웃대학 외국인 교수 같았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처럼 작은 호텔방에서 2주간 갇혀 지내야 할거라는 상상을 했었는데 복층형 구조로 되어있어 아래 위 층 오르내리는 '운동 재미'도 있고 멀리 학교도 보이고, 내가 갇혀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휴양지에서 게으르게 아무데도 안나가고 뒹굴거린다는 느낌이다.  아침에 깨어나서 여행 가방 좀 정리하고, 손빨래를 해서 2층 난간에 빨래를 널어 놓기도 하고, 빗자루를 들고 위아래 돌아다니며 청소도 하고, 나름 사람 사는 것처럼 움직였다. 사람들이 겪는 일을 나도 겪을 뿐이다. 기왕에 하는거 모범적으로 착실하게 시간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기로 하자.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