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4. 1. 09:53

지난 2월 마지막 주에 입학식도 생략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개강하여, 3월 9일에 오프라인 수업 시작한다는 전제로 '임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다가, 오프라인은 4월 6일로 미룬다고 할 때에도 '한 달 기다리면 정리 되겠지'라는 희망으로 지내왔다.  그런데, 정작 미국에서 핵폭탄급 코로나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본교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던 수업을 온라인으로 모두 전환하면서 - 게다가 한국 정부에서도 국내 공립학교 수업 개강을 연기함에 따라 우리 학교에서도 아예 봄학기 전체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최종 결정이 나왔다.  

 

 

 

상황을 살펴보면 4월 6일에 교실 수업하는것이 위험하겠다 싶어서 연기 될것은 짐작을 하고 있었지만 아예 봄학기 전체를 통째로 온라인 수업 진행한다고 하니 나 역시 망치로 가슴을 한대 얻어 맞은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 

 

 

 

물론, 해야지. 그런데, 그러면 이제 막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들이 봄학기 내내 새 친구들도 못 보고, 교수들도 못 보고, 그냥 방구석에서 온라인으로 수업듣고 과제 올리며 청춘을 보내는구나.  젊음의 한 때가 방구석에서 흘러가는구나. 이런 느낌이 들면서 온라인으로만 얼굴을 봐서 실제로 찾아와도 내가 알아보기도 힘든 내 학생들이 '무작정' 그리워진다.  나도 너희들이 보고싶구나.

 

 

 

벌써 6주가 끝나간다. 내일 수업 분량을 오늘 찍어 올리면 나의 온라인 수업 6주가 마무리된다. 이런 식으로 앞으로 10주를 더 하면 학기가 끝난다. 뭐, 여태까지 잘 해 왔으니 앞으로도 지금처럼 하면 되겠지. 

 

 

 

내가 매일 (월-목) 하는 일:

 

1. 블랙보드에 '오늘 해야 할 일' 리스트 및 어디에 어떤 과제를 올려야 하는지 상세한 안내문을 올린다. 

 

 

 2. 데스크탑 내장형 카메라 오디오 앞에 앉아 오늘 핵심 내용 안내를 찍어 올린다. (학생들이 안듣고 그냥 지나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디오에 반드시 질문을 던지고 안내를 하여 비디오를 안보면 숙제를 못하게, 그래서 반드시 비디오를 보게 만든다.) 그대신  학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매일 다른 옷을 입고, 종종 장소를 옮기며 녹화를 한다. 이 경우 스마트 폰을 이용하여 그냥 바로 유튜브에 올려버리거나,  랩탑을 들고 나가 촬영을 하기도 한다. 내가 가진 모든 기기가 활용된다.  그래서 자그마한 '조명기'까지 장만했다.   학생들이 캠퍼스 이곳저곳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장소를 바꾸는 것이다. 

 

 

3. Zoom으로 45분간 수업을 진행한다. 출석을 체크하여 통보한다 (출석 안하면 감점 된다는 것을 알수 있도록).  학교 블랙보드에도 온라인 미팅 툴이 있긴 한데, 과부하가 걸리는지 가끔 잘 안된다. 그래서 줌을 사용하는데 줌이 더 빠르다. 

 

 

4. 학생들은 하루 평균 세가지 과제를 꼬박꼬박 올려야 한다.  --> 나는 그것을 모두 평가/채점하여 피드백을 줘야 한다. 숙제하는 학생들보다 그것 매일 채점하고 피드백주는 교수가 훨씬 더 고생이다.  오프라인으로 교실에서 수업이 진행된다면 돌아다니면서 현장에서 '잘하는지 못하는지' 확인 할 수 있는 간단한 것도, 온라인 상에서는 과제로 내고 평가를 해야 한다.  이것이 고된 일이다. 그래도 매일매일 채점하고 피드백을 준다. 왜냐하면, 피드백이 생생해야 학생들이 '교수가 어딘가에 살아있고, 내가 하는 것을 보두 살펴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이메일로 질문 오는것을 일일이 답하는것이 너무 힘이 들어서 -- 고민하다가 카카오톡 단톡을 열었다. 모든 질문은 그쪽으로 하도록 유도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질문 하는것을 꺼리더니 요즘은 자유롭게 질문을 한다.  열명의 학생이 각자 이메일로 똑같은 질문을 하면 나는 열번의 똑같은 답을 보내야 하지만, 이제는 그냥 누군가의 질문을 다른 학생들도 읽고, 그러므로 많은 질문들이 생략된다.  숙제 피드백 보내다가 좋은 샘플이 나오면 바로바로 사진 찍어서 카톡방에 올려서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다. 수업중에 구현 할 수 있는 것을 카톡방으로 바로바로 할수 있다.  하루 24시간 아무때나 질문에 간단히 답 할 수 있는 것도 좋다. 

 

 

6. 별도로 개인적인 Zoom 미팅도 요청이 들어오면 열어서 상담을 해준다. 교실 수업이라면 수업 전/후에 남아서 개별적으로 간단히 묻거나 개인상담이 가능한데, 온라인으로는 그런 캐주얼한 상담이 불가하니 간단히 ZOOM으로 대체. (게다가 놀라운 일. 줌은 착한 회사구나... 무료 계정은 45분까지 사용하고 다시 열거나 해야 했는데, 오늘부터 공지가 떴다. 학교 사정을 생각해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는 학교와 선생님들을 위해서 시간 제한을 없앴다고.  이 기회에  잔 돈 뜯을 궁리를 하는게 아니라 더 큰 사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통크게 행동을 하는구나. 사업은 이렇게 해야.) 

 

 

 

하루 75분 수업을 월-목 4일간 진행하는데 (6학점짜리 과목), 내가 하루 75분의 수업을 위해 보내는 시간은 하루 온종일 10 시간 가까이 된다.  (내가 따로 개인 연구할 시간도, 책 볼 시간도 없이 매일 온라인 수업 자료 연구하여 만들어 올리는데 보낸다.)  내가 6학점만 해도 이런데, 다른 3학점 짜리 서너 과목 가르치는 분들은 이렇게 하시기 힘드실 것이다 아마. 기술이 안되는 분들도 괴로운 것이다. 나는,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기술은 다른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조금 앞선 수준이다.  기술이 많으면 아이디어도 많아서, 그것을 다 구현하느라, 스스로 지치도록 일하는 편. 

 

 

코로나때문에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직장을 잃고, 수입원이 끊기고, 그래도 희망을 갖고 열심히 마스크 끼고 협조하며 지내고 계시니, 나로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하는것이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매일 컴퓨터 화면에서만 작게 보이는 내 학생들을 나는 만나 볼 수 없다. 보고 싶다.  

 

 

 

다음학기에 그들중 몇명이 내 수업에 들어온대도, 나머지 학생은 알아보지도 못하고 흘러가겠지. 

 

오늘은 학생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 주고 싶다: 상상해보라, 우리가 우주선을 타고 먼 우주를 항해하면서 수업을 한다고 상상해보라. 우리들은 우주복을 입고 화면을 통해 서로를 학인하며 지식을 쌓아가는거다. 언제 만날지 기약할 수 없지만 우주인인 우리들은 매일 서로를 확인하고 지식의 탑을 우주에 쌓는다.  우리 그런 믿음으로 오늘도 과제를 해 나가자.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대학 교수님들은 온라인 수업이 난감하시면, 적극적으로 학교 IT 센터에 묻고, 관련 부서에 도움을 요청하고 이것저것 만져보고 그냥 해보시길.  동료교수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역시 두려워하지 마시길.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 뭘 해도 뭐가 망가지는 일은 없으니 그냥 해 보시길. 가장 무서운 적은 -- 나의 무능이 아니고, 나의 두려움.  두려워하지 않으면 상황은 장악이 되는 편이므로. )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