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8. 12. 7. 13:30




건강검진을 하니 혈압을 슬슬 조심해야 할 나이라고 한다. 평소보다 조금 높을 뿐인데 혈압을 조심하라니.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보다. 골치가 아픈 일이 많으니까, 혈압이 상승하는거 아닐까?

어제는 학생이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한다고 해서, 캠퍼스 강당에서 하는 것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음악 연주를 보러/들으러 갔다. 


소품 몇가지를 대학생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했는데,  마스카니의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제목을 알건 모르건 대체로 다들 들어보고 좋아하는 이 곡이 흘러나왔다.  막내 아들의 학예발표회에 간 엄마의 심정으로 학생이 연주하는 것을 들여다보다가, 사람을 잊고 음악에 잠시 스며들어갔다.  


천연 환각제같은 음악에 잠시 취해 있다가 다시 나와서, 무대를 바라보며, 은은한 무대 조명 아래에서 몰입하여 연주하는 그 막내둥이 학생을 보면서 문득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보았거나, 깨달았으리라. 


나는 그가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생각해보았다. 저 학생의 엄마나 아빠가 와서 이 광경을 봤다면 참 흐뭇했겠다. 그들이 잘 보살펴서 키워낸 아들이 무대위에서 광채에 휩싸여 첼로 연주에 몰입하고 있는 광경을 발견했다면 참 좋았겠다.  내가 그 빛을 대신 보는구나. 



오케스트라 연주나 혹은 청중을 몰입하게 하는 연주장에서, 가끔 '내가 없어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내가 지휘자 주변의 빛 속에 휩싸여 있거나, 단원들의 악기들이 움직이는 공기속에 떠도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음악소리가 되어 공기중에 떠도는 느낌.  깨어나면 여전히 무거운 육신을 가진 존재로 돌아오지만.  그런 찰나의 환상을 경험하기 위해서 우리는 연주회장에 가는 것이 아닐까?



이 음악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올때마다, 나는 무대위에서 신중한 표정으로 연주를 하다가 음이탈을 했는지 어색하게 생긋 웃고마는 아름다운 한 소년-청년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가 광채에 휩싸여 무대에 있던 것을 나는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의 일상은 지리하거나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아닐것이나, 그는 살면서 가끔 가끔 그렇게 반짝하고 빛날 것이다.  아마 나도 반짝일때가 있겠지. 누군가의 시선에 그 반짝임이 잡힐때도 있겠지. 아마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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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