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8. 11. 19. 17:26

위: 웹에서 빌려온 아름다운 노인 사진



주말에, 내가 좋아하는 'TV동물농장' 재방송을 보기 위해 케이블 채널을 생각없이 이리저리 돌리다 젊은 방송인들의 토크쇼 같은 것을 보게 되었다.  나도 잘 모르겠는 연예인들 너덧명이 모여 앉아서 두서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제목도 낯설고 나온 사람들도 낯설고. (웬만하면 나도 알텐데, 모르겠는 연예인들이었다). 


그들의 대화 내용은, '운세'를 봤다는 것인데, 누군가의 운세는 '노년에 늦복이 터지고 젊은 시절의 노력과 노고를 모두 돌려받을수 있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 운세가 현실로 된다면 내가 보기에 참 부러운 운세다. 그런데 그 '노년 늦복'의 주인공은 툴툴댔다.


그의 요지는 이러하다: 늙어서 복이 터지는게 무슨 소용이야. (허리를 구부리고 입을 파파노인처럼 오무리고 기묘한 노인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늙어 꼬부라져가지고 복이 터져봤자 무슨 소용이람! 


그러자 주변의  젊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재밌다는거다.  늦복 터진다는 연예인은 계속해서 망가지고 흉한 노인 흉내를 내면서 이렇게 살아봤자 다 소용없다고 신세한탄을 했다. 


그 순간, 내 스마트폰이 곁에 있었다면 나는 화면을 사진 찍어가지고 방송 심의 위원회,  방송윤리위원회에 신고를 했을 것이다. 전화기가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보이지 않아서 나는 채널을 돌려버리는 것으로 화풀이를 했다. 


저 위에 웃고 있는 노인들을 보라. 얼마나 아름다운가.  노인들이 모조리 사라진 사회를 상상해보라. 그런 세상을 바라는가?  노년이 끔찍하고 노인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면 그런 식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 아픈사람,  네 눈에 이상하게 생긴 사람, 네 맘에 안드는 사람, 모두 제거해버리고 젊고 싱싱한 '너희들끼리' 킬킬대며 살면 좋을까.  



늙은이, 혹은 노인은 그 철부지 남자 연예인이 희화한대로 구부정하고 입은 합죽하고 흔들흔들하며 잘 못듣고 잘 안보이고 그것만이 전부인건가? 노인에게는 복이 터져봤자 아무 소용이 없는건가?  노인이 젊은 시절 노력하고 수고한 것에 대한 보답을 받아 봤자 쓸모가 없는건가? 단지 늙었기 때문에? 늙으면 복도 받지 말고, 아무런 보답도 없이 그냥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하는가? 우리 할아버지는 백살 가까이 사셨지만 허리가 지금의 나보다도 꼿꼿하셨다. 죽을때까지. 매일 산에 뛰어 오르셨다. 죽을때까지. 텔레비젼에서 노인 흉내를 내며 킬킬대던 그 녀석보다 더 체격조건이 우수했다. 허약하고 구부정한 노인에 대하여 멋대로 킬킬대는 연예인들이 있고,  그것이 대낮에 버젓이 케이블 TV에서 방송되는 사회. 이런 사회는 노인에게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회적 약자에게 비슷하게 행동한다. 정나미가 떨어진다. 



다시한번만 노인을 우스개로 만들고 흉내를 내면서 킬킬대는 연예인이 방송에 다시 나오기만 해봐라. 나는 스마트폰으로 그 장면을 캡쳐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것이다. 그 연예인이 그 결과에 대해서 어떤 상상을 해도 그 상상을 뛰어넘는 응징을 해 줄 것이다.  그 연예인, 그거 만든 프로듀서, 그거 틀어준 방송국, 그 회사 사장,  모조리 싸그리 엮어서 고소 고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인권위원회에 제소도 할 것이다.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이다. 


철없는 젊은이들이 -- 자신에게도 닥칠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포함하여 사회적 약자를 멋대로 갖고 노는 것을 그냥 가만히 앉아서 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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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