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8. 10. 8. 09:05




My brain has its own head

Mein hirn hat seigen eigenen kopf

나의 뇌에는 다른 '머리'가 있다 (내 뇌를 움직이는 또다른 뇌가 있다).



Stumbling on Happiness 의 Daniel Gilbert,  Phantom in the Brain의 Ramachandran 이 내게는 아주 유쾌한 책읽기였는데 장동선 박사의 책을 읽으며 줄곧 길버트나 라마찬드란의 유머러스한 설명이 떠올랐다. 꽤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는 인지과학자가 나타난듯 하다. 2017년 한국 발행.  


장동선 박사의 개인적 삶이 꽤 특이한데, 우선 부모님이 남한출신/북한출신의 조합이신듯 하고 (설마 책에서 농담한것은 아니었겠지), 그러니까 남북한계 한국인부모 슬하에서 독일에서 출생했으며 한국에서 고교시절을 보냈고... 뭐 이런 저간의 사정으로 그의 책이 독일어로 출간되고 한국어로 번역되게 된 모양이다. 


책에서 특히나 바이링구얼(2중 언어)로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언어 발달에 관한 사항을 눈여겨 봤고, 2중언어자들의 '문화에 대한' 열린 태도에 대해서 역시 공감했다. 


커피광고 관련 에피소드는 -- 어딘가 작위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기 위해서 뭔가 조미료를 친것 같다는 애매한 느낌. 


특히 기억에 남는것

1. 보톡스 시술을 받으면 그것이 근육마비제라서 근육이 제대로 기능을 못하기때문에 얼굴 표정이 둔해진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내 얼굴 근육이 마비되어서 내가 미세한 표정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 다른 사람의 미세한 표정에 대한 공감 능력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슬픈표정을 짓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슬픈표정에도 제대로 공감하지 못할수 있다는 것이다. (미러세포 관련 책에서 본것도 같은데, 그래도 놀라웠다.)


2. 보톡스 관련, 정반대의 상황.  나이들면 미간 (눈썹과 눈썹 사이)에 주름이 생기는데 그 주름이 사람을 '우울하게' 보이게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고민이 있거나 우울할때 자신도 모르게 미간사이에 주름이 생기는 표정 (인상을 찌푸리는)을 연출하기 때문에, 일부러 인상을 찌푸리지 않아도 미간에 주름잡힌것 자체가 어느정도 우울감을 불러 올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미간에 주름이 많이 잡힌 사람이 보톡스 시술을 해가지고 미간주름을 어느정도 제거를 하면, 그 사람의 기분이 좋아질수 있다고 한다. 사라진 미간 주름과 함께 우울감도 사라지는 것이다. (어느정도). 


3. 뇌를 속이는 문제는 라마찬드란 박사가 가장 전문가가 아닐까? 이 책에도 내가 내 뇌를 속일수 있는 몇가지 트릭이 제시된다.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4. 유아기에 (언어발달 실험용으로 비디오를 틀어줬을때) 혼자 비디오를 시청할때와, 단체로 비디오를 시청할 때 그 효과에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예로 들어서 사람은 '사회적'으로 행동할 때 행동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하여 좀더 공부를 해봐야겠다.  (역시 나의 연구 프레임인 비고츠키가 소개되기도 했다.) 


4. 평생 자기 마을을 떠나지 않은 사람 (평생 한직장에 다닌 사람)과 이리저리 떠돌며 사는 사람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독일어로 저술하고 한국어로 번역한 책인데, 책 내용중에 전문용어는 '영어'로 표기해놓았다. 덕분에 내가 읽기에는 수월하고 고맙기까지 했는데, 원본에도 괄호 쳐 놓고 영어로 표기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며칠전 읽은 '탈출하라' 책에서는 캐나다에 사는 영국인이 '비용'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영국파운드와 캐나다달러로 표시를 했을때, 미국달러에 익숙한 나로서는 약간 짜증이 났었다. 이게 얼마쯤 되는지 가늠이 안 되어 검색해봐야 하니까.  (한국어 번역에서 한국어 단위로 괄호쳐서 설명을 하던지, 그런 친절함도 없었는데).  소장가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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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나서 문득 떠오른 생각인데,

토마셀로도 그렇고 장동선박사도 그렇고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연구하는 학자들과, 미국의 학자들 사이에 어떤 '철학적' '다름' 혹은 '접근방법'의 '다름'이 감지된다.



장동선박사의 글이 내게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 그가 '뇌'를 얘기하면서도 인간의 '사회성'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뇌'과학자들이 '뇌'와 관련된 '현상'을 풀이하는 방식이 '다니엘 대닛'을 위시한 미국 학자들은 어딘가 '개인성'에 주목을 하는것처럼 여겨지고, 토마셀로나 장동선 같은 사람들은 '사회성'에 주목한다.  미국의 철학을 짧게 정리하자면 Self-reliance에 기반한 Pragmatism이라고 나는 파악하는 편인데, 그 Self-reliance 정신이 미국의 학자들에게도 그대로 반영되는게 아닐까?  뇌를 보면 그냥 뇌만 본다.(미국학자들은). 그런데 독일학자들은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의 뇌'는 인간의 사회성에 기반하여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점을 본다. 



미국은, 미국 교육은 '팀 워크 (Team Work)'를 강조하고, 그들의 '미식축구 American Football'에 열광하기도 하고 얼핏 '사회성'에 기반한 사회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미세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이들은 '개인이 성공하기 위해서' 팀워크를 하는 것일뿐이다. 팀워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각자 단세포들이 된다. (말하자면 그렇다).  그런데 유럽은 미국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가서 생활해보지 못했으므로 알수 없으나, 유럽의 학자들은 그들이 과학자건 철학자건 간에 인간이 다른 인간과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것에 집중하는것처럼 보인다.  그런면에서 보면 미국은 대체로 아직도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한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