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7. 2. 6. 12:41


나는 이 세상에 와서 만 53년을 살았다.  


그 세월동안 병치례 하느라 입원을 한 적도 없고, 무탈하게, 그럭저럭 건강하게 잘 지내왔으니 그간의 은혜만으로도 넘치는 복이다. 


요즘 명리학 공부중이라는 내 친구가 전하는 말로는, 자기하고 나하고 생일이 같은데, 자기하고 나하고 그래서 사주가 비슷한데, 우리는 둘 다 '여름 사람'들이라고 한다. 여름이면 살아나고, 겨울이면 기운이 떨어지고. 나무들처럼 말이다. 우리는 둘다 그럭저럭 크게 이루는 것도 없이 크게 잃는 것도 없이 평범한 삶을 산다고 한다.  그것 참 정말로 그렇다면 복도 많은 운명이다. 어차피 내가 뭘 크게 이룰것 같지도 않은데, 크게 잃는 것도 없다하니 그것만 해도 어딘가. 내 친구는 공주처럼 태어나서 귀부인으로 산다. 나는 공주처럼 태어나지도 않았고, 귀부인으로 살지도 못한다.  그래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게 그건가부다. 대동소이 할 것이다. 그러니 크게 자랑할 것도 크게 억울할 것도 없다.  아마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다 고만고만하겠지.  내가 개미떼를 내려다보면서 그게 그것처럼 여기듯이. 



1년후에 만 54년을 살았을 때, 내가 여전히 튼튼한 두다리로 걷고, 웃고, 그랬으면 좋겠다.  10년후에도. 20년 후에도, 30년 후에도. 



나이 오십을 넘기니 전에 목마르게 찾아가 보던 예술품들도 시들하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하느님이 지으신 작품들을 보고 싶어진다. 나무, 풀, 하늘, 고양이, 그런것.  그게...나이가 주는 선물인걸까?  미술관과 숲길  둘중에 어딜갈래? 물으면 나는 주저없이 '숲길'을 선택할 것이다.  사람이 지어낸것 중 아름다운 것이 참 많다.  하지만 그 무엇도 하느님이 지으신 풀 한포기보다 더 아름다울수는 없다.  내 검은머리 속에 늘어나는 흰머리들이 내게 그런 얘기들을 해 준다. 



마음이 가는 곳으로 나는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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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