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6. 7. 2. 01:38




시차를 극복하기 위하여 어제 몸을 고되게 놀렸건만, 새벽 네시가 되기도 전에 잠에서 깨었다.  시차 문제가 아니라, 그냥 평소의 나의 잠의 양상인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 할머니처럼 새벽 네시 혹은 그 전에 잠에서 깰때가 많다.  (나이 들면서 좋은 점 한가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일찍 잠에서 깬다는 것. )


뭘할까? 아주 잠시 생각해보다가, 뭔가 꾸물대다가, 문밖 고양이 타워에서 나를 반기는 고양이와 인사를 나누고 집 뒤 숲으로 갔다.  새벽 네시 반.  하늘엔 내 눈썹같이 가느다란 그믐달이 걸려있고, 사방은 어두웠다.  밤에 숲길을 걸을때는, '길'이 희게 빛난다.  밤길 걷는 사람만 알것이다. 


공원 입구에서 숲으로 걸어들어갈때, 내 심장은 무서운 '귀신영화'를 볼 때처럼 두렵다고 외치며 쿵쾅댔다.   사방에 불빛도 인기척도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숲길을 혼자 걸어 들어가는 일은 내가 상상했던 것 보다 '무서운' 일이었다.  어둠에 대한 그냥 원초적인 두려움, 아마 그런것일게다.  내가 자주 다녀서 눈감고도 다닐수 있다고 믿었던 아주 아주 익숙한 길.  그 익숙한 길이 어둠속에선 낯설다.  아니 길 자체가 잘 안보인다.  반딧불이 전등처럼 반짝일뿐이다.  반딧불이 내 발길을 인도하듯 앞서 날며 깜빡댔고, 새들도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아 고요하였으며, 나뭇가지만 이따금 수런거리를 소리를 냈다.  발끝이 잘 보이지 않는 어둠속을 혼자 걸을 때 -- 나 혼자여서 무서웠을때 내가 이유없는 이 공포를 극복한 방법은, 참 너무나도 간단하다.   나의 기도문을 소리내어 외는 것이다.  어둠과 정적속에 나 혼자 걸을때, 속삭이는 내 기도문은 소리질러 외쳐대는 함성처럼 그렇게 크게 들렸다. 나는 깨달았다.  하느님이 잘  안보이고, 하느님이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시는지 잘 모르겠을때, 하느님을 만나고 싶다면, 깜깜한 밤길을 혼자서 걸으며 기도를 하면 된다. 그러면 그가 나와 함께 계시다는걸 발견하기가 용이해진다.  깜깜한 어둠속에 오직 그와 나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하하하.   사람은 새벽기도를 하기 위해 숲으로 가야 할거다 아마.  


위의 달 사진은 다섯시에 찍은 것이다.  주위가 밝아지고, 더이상 어둠의 공포가 나를 괴롭히지 않을 무렵.  어둠의 공포가 사라지는 만큼 내 손을 잡아주시던 하느님의 온기도 희미해진다. 






위의 달은 다섯시 반.



여섯시 자귀화.



일곱시 산딸기.  목마르고 배고픈 내 눈에 가들 들어온 산딸기의 축복.  이것으로 시장기를 달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해 보고 싶으나 여태 해보지 못한 것들중에 한가지는 밤새워서 숲길을 걷는 것이다.  나는 숲속에서 해가 지고 달이 뜨고, 그 달이 지고 다시 아침이 오는 것을 지켜보며 내쳐 걸어보고 싶다는 환상을 품고 있으나 여태 한번도 실천을 한 적은 없다.  왜 못했나?  혼자 그러는게 어쩐지 겁이나서.  그걸 같이 할 사람을 아직 못찾아서.  올 여름에 찬홍이를 꼬셔서 그걸 딱 한번 해보면 어떨까? 


장담을 못하겠지만, 나는 또다시 새벽 네시도 되기 전에 잠에서 깬다면 -- 새벽 어두운 숲길을 걸으러 나갈것이다.  어둠속에선 하느님을 더 생생하게 만날수 있다.  그러니까, 어둠이나 고통, 고난을 너무 겁내면 안된다.  





내가 최근에 읽은 책에 나온 얘긴데,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바 없으나 인상적이라서, 아니 그걸 왜 이 페이지에 적는지.  아마도 새 페이지 열기가 귀챦아서, 그러고 싶지 않아서.  단지 기억하기 위해.


이 호박벌은 몸집에 비해서 날개가 아주 작다고 한다.  몸과 날개가 비례가 대충 맞아야 날 수 있는건데, 날개 크기를 보면 도무지 이게 정말 날개인지 악세사리인지 알수 없게 작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그 몸집에 그 날개면 '날기가 어렵다'고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외견상 -- "이봐 호박벌, 너는 날수가 없는 존재야. 넌 그날개를 갖고 도저히 날수가 없어요"라고 충고를 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아무리 호박벌한테 '넌 그 날개 갖고 도저히 못날아. 인생 포기해라' 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호박벌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자신의 딱한 현실을 모르기때문에, 잘도 날아다니고 있다.  


호박벌은 어쩌면 인간에게 이렇게 말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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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