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ArtBookReview2013. 9. 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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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는 아마존 인스턴트 비디오로 'A river runs through it (1992)' 영화를 보았다.  20년 된 영화인데 지금 극장에서 상영을 한대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해 보이는, 세월이 흘러도 아름다움이 퇴색하지 않는 영화이다. 


내가 이 영화를 본것도 20년 가까이 될 터이니, 구체적인 것들이 다 지워져 있는 상태라서 새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Joseph Gordon-Levitt 이라는 잘생긴 배우가 이 영화에서 아역으로 출연했대서 들여다보니 '형' 노만 매클레인 어린시절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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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영화에서 20년 가까이 기억하는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장로교 목사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읽고 쓰기를 가르칠 때, 글은 최대한 간결하게 쓰도록 지도하는데 -- 큰아들이 처음에 한바닥 쓴 글이 자꾸만 퇴짜를 받으면서 차츰 차츰 짧아져서 나중엔 한바닥이 한문장으로 줄어드는 장면.  문장의 간결성.  


또 한가지는 다트마우스에서 6년간 대학 공부를 하고 교수 자리를 기다리는 동안 집에 와서 지내던 노만이 시카고 대학 교수 자리로 오라는 편지를 받고 아버지 서재로 향했을때 -- 아버지가 혼자서 윌리엄 워즈워드의 시를 읽고 있는데, 아들이 다가가서 한줄 낭송하고, 아버지가 이를 보고 한줄 낭송, 이렇게 서로 한줄씩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워즈워드의 그 유명한 ('초원의 빛'으로 알려진) 장시 Ode, Intimations of Immortality 의 마지막을 낭송하는 장면



Of splendou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185
      In the primal sympathy 
      Which having been must ever be;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Out of human suffering; 
      In the faith that looks through death, 190
In years that bring the philosophic mind. 
 
And O ye Fountains, Meadows, Hills, and Groves, 
Forebode not any severing of our loves! 
Yet in my heart of hearts I feel your might; 
I only have relinquish'd one delight 195
To live beneath your more habitual sway. 
I love the brooks which down their channels fret, 
Even more than when I tripp'd lightly as they; 
The innocent brightness of a new-born Day 
            Is lovely yet; 200
The clouds that gather round the setting sun 
Do take a sober colouring from an eye 
That hath kept watch o'er man's mortality; 
Another race hath been, and other palms are won. 
Thanks to the human heart by which we live, 205
Thanks to its tenderness, its joys, and fears, 
To me the meanest flower that blows can give 
Thoughts that do often lie too deep for tears.


그 장면만큼은 내 뇌리에 강하게 박혀서 20년 가까이 나와 함께 지냈으리라.


내게 가장 이상적인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이렇게 서로 시를 낭송하며 교감할 수 있는, 혹은 함께 낚시를 하거나 함께 등산을 하거나, 뭐 그런 관계이리라. (이상적인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대해서는 나는 아무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 내 상상력의 너머의 세계이므로.)


역시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도 그 대목들이 여전히 내게 감동을 준다.


그래서, 원작에도 이 시 낭송 장면이 나오는가? 궁금하여 원작 소설이 담겨있는 킨들 책을 사고 말다.  책을 들여다보니 영화 대사 대부분 원작에 있는 것들을 그대로 옮겼다.  책도, 영화도 참 좋다.


이 원작은 노만 매클레인 (1902-1990)이라는, 시카고 대학에서 평생 문학 강의를 했던 문학교수가 70세가 넘은 후에 탄생시킨 것이다. 퓰리처 상 후보에도 거론 되었으나 수상을 하지는 못했다.

http://en.wikipedia.org/wiki/Norman_Maclean



원작을 읽어보니, 문장이 간결하고 명쾌하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