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3. 8. 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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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무거운 날.  어느날은 바람에 날듯 발걸음이 가벼운데 오늘은 몸이 천근만근.  '나가지 말고 쉴까...' 요런 유혹을 뿌리치고 오늘도 7마일 워킹.  (이제 5마일은 성에 안차서  -- 나가면 7마일이다.)  처음에 버지니아로 되 돌아와서 산책하러 나갈때, 버크 레이크 한바퀴 도는 것도 힘들고, 집 뒤 트레일 3마일 걷기도 지루하더니, 매일 집중적으로 걸어주자 몸이 다시 건강을 찾는 것도 같다. 매일 걷는것이 한달 쯤 되었나... 일주일에 네번, 다섯번 이렇게 정하고 걷는것 보다는 '매일 걷는다'가 내 생활에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여름사이에 위염으로 한달 가까이 고생했는데, 이제 씻은듯이 나았다.  몸이 안 좋아서 집중적으로 워킹을 한 것인데, 결과가 좋다. 방학기간이라 수업준비 슬슬 하면서 유유자적 한 것도 있고, 매일 새벽예배 다니고 매일 걸으러 나가니까 영혼에서부터 신체에 이르기까지 평안해 지는 중.

버지니아로 이사 온 후부터는 메릴랜드에 살 때 발발했던 '아토피'가 사라졌다. 습기가 많고 그늘지고 시원한 숲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니 피부가 '가시적으로' 건강해지는 것 같다.  올 봄까지만 해도 햇살 알러지 때문에 긴팔이나 팔토시를 하고 운전을 하고, 목에도 반드시 스카프를 둘러서 햇살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그래야 했다. 안그러면 따갑고 쓰리고.  나는 이런 현상이 내가 슬슬 갱년기로 진입하는 현상이 아닐까 했다.   이렇게 몸이 막 망가지다가 폐경이 오고 그렇게 늙는건가보다, 막연히 이런 짐작을 했다.   그런데, 아토피가 사라지고, 햇살 알러지로 고통을 받지도 않는다.  그런 것들이 모두 그냥 사라졌다.  ('문제'는 해결되는게 아니라 그냥 사라지는거다.) 



아파트 1층 땅집에 살고 매일 숲그늘에서 흙을 밟고, 매일 예배하고.  



반환점에 이르렀을때 하늘이 컴컴해지고 후두둑 후두둑 비.  아치같은 나무들이 비를 가려주므로 시원한 빗속을 가볍게 걸었다.  숲속에 비가 쏟아지면 갑자기 주위 공기가 '파인애플 쥬스'를 엎지른 것 같은 쥬스 냄새로 가득하고, 오이냄새, 수박 냄새, 사과 냄새, 그런 상쾌한 향기가 빗물속에 가득하다. 숲이 비를 맞을 때 퍼지는 숲의 향기.  


나는 참 복이 많다. 

***


나의 다람쥐들은 요즘도 나와 잘 지내고 있다.  아침에 창가에 와서 빈 먹이통을 들여다보는 다람쥐들.  얼른 견과류 한 줌 들고 나가니 한 놈은 마당에서 '어디로 갈까...' 고민 하듯 서 있고,  한 놈은 나무 위에서 생각에 잠겨 있고.  


내가 '다람아! 다람아!' 부르니 마당에서 '어디로 갈까' 하던 놈은 어느 거리까지 겅중겅중 다가와 나를 쳐다본다. 아몬드 한개를 녀석의 발 앞에 던져주니 냉큼 집어서 아주 겸손한 자세로 먹는다.   나무위에 다람쥐도 '다람아, 다람아' 쳐다보며 불러주면 몇걸음 내려와, 지상으로 내려울 자세를 취한다.


밥그릇에 먹이를 주고 "밥먹어!" 외쳐주고 나는 집으로 들어온다.  그러면 녀석들이 냉큼 와서 '잔치'를 시작한다. 


가끔 아침에 찬밥 남은것을 놓아주면, 새들이 와서 잔치를 하고, 빵부스러기 남은것을 놓아주면 야생 고양이도 와서 한입 먹고 간다.  그래서 요즘에는 부엌에서 음식 찌꺼기 정리 할 때, 쓰레기통에 버리는 대신에 잘 씻어서 모이통에 놓아 준다. 그러면 한나절 사이에 작은 짐승들이 와서 다 먹고 간다. 어제는 호박을 찌면서 속의 호박씨를 긁어 내어 내다 주니, 누가 먹었는지 모르게 다 없어져 있다. 땅집에 사니 작은 짐승들과 교제 할 수 있어 좋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