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2013. 6. 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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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38쪽의 일부



<자크 데리다>편, 회화속의 진리 장에서 저자는 고흐의 구두 그림의 해석에 대한 '하이데거'와 '샤피로', 그리고 '데리다'의 각기 상이한 시각을 설명한다.


고흐의 낡은 구두 그림에 대해서 (나찌의 이념에 동조한 것으로 그의 오명을 남긴 철학자) 하이데거는 '농촌 아낙의 구두'라는 해석으로 그의 정치성을 드러냈다는 것이 '샤피로'의 판단이다.  '샤피로'는 '나찌 동조자 하이데거'에 대한 사망선고라도 내리겠다는 듯 하이데거의 고흐 구두 그림에 대한 해석이 '사실' 차원에서부터 이미 잘 못 된것이라며 맹 비난을 퍼부었다.  이미 사실에서 어긋난 정보를 가지고 뜬구름 잡는 얘기로 정치성만 드러냈다는 식이다.   그런데, 훗날 '데리다'는 이러한 '샤피로'의 시각을 걸레쪼가리처럼 취급하며 하이데거의 미학에 손을 들어준다.  --- 뭐 이상이 저자의 설명을 내가 이해한 바대로 옮겨 본 것이다.


간단히 보자면, 여기 고흐의 유명한 '낡은 구두' 그림들이 있는데

 * 하이데거는 -- 이 구두는 농촌 여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그림이다 -- 라고 했고 (하이데거는 그저 단지 그런 예를 들고 싶었을 뿐)

 * 샤피로는 --  (하이데거의 가상적 예에 핏대를 올리며) 천만에! 이 구두는 본래 도시에서 생활중인 고흐의 그림이라구!  병신! 알지도 못하면서! -- 하고 했고

 * 데리다는 -- 근데 말야? 이 구두가 정말 정당한 한켤레야? 이 구두가 누구의 것이건 간에 정말 본래부터 짝이었어? 혹시 짝짝이 (서로 다른 짝) 아닐까? 혹시 한쪽만 두개 있는 것 아니야? (가령 오른쪽 신발 두개, 혹은 왼쪽 신발 두개 하는 식으로)  -- 구두가 짝이라는 관념을 해체시켜 버리고 딴소리를...


이렇게 고흐의 구두 그림을 놓고 각기 딴소리들을 늘어 놓았는데.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을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읽던 나는 문득!  문득! 너무나 지루한 나머지 혼자 딴생각 하다가 문득! 


---데리다..는 게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엉뚱발랄한 추측에 이르다.




한켤레의 구두를 어떤 사람은 농부의 구두다, 어떤 사람은 아니다 도시인의 구두다, 어떤 사람은 가짜 가죽일것이다. 어떤 사람은 낡은 구두이다 라고 말할수 있는데, 이런 것들은 보통, 평범한 시각일수 있다. 구두를 대개는 한켤레로 인지하니까.


그런데 구두 두짝 그려진 '한켤레'를 가리키며 '저것이 혹시 오른쪽 구두 두짝이 모인것 아니야?' 라는 의문을 갖는이는 어딘가 비범하다. 한쪽이 두개가 모였다는 시선에는 어딘가 '게이'적인데가 있다. 뭐 이런, 한심한 생각을 나는 하고 앉아 있었다.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데 이 책 한권이 참 요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평소에 들여다보면서도 가늠이 안되던 '프란시스 베이컨'이라던가 '바넷 뉴만' 그 밖의 현대미술가들에 대한 미학적 설명이 친절하게 잘 곁들여져 있어서 현대 미술 전체를 가늠하고 판단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 한권은 미술관 갈때마다 들고 나가도 좋겠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