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2013. 6. 8. 00:39








pp 326



모더니즘 편에서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러시안 아티스트들이 주축이 된 constructivism 아트와 관련 된 것이다.  1923년 '모홀리 나기'가 '전화 통화'만으로 제작했다는 작품.


작품에 대한 '지시'를 하면 제 3자가 작품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미국 개념주의 작가 '솔레윗'을 떠오르게 한다.  (솔레윗이 영향을 받았겠지.)


그러니까,  두 사람이 동일한 '표'를 갖고 있고 '갑'이 전화를 걸어서 지시를 하면 '을'이 지시하는대로 동일한 표에 따라서 무엇을 만들어 낸다는 원리인데,  작품에 대한 설명은 여기서 끝나는데 --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리에 떠오르는 의문  -- 그래서 정말로 갑이 말하는대로 '을'이 행동했을까?  정확히 일치 했을까?  정확히 일치 하지 않았다면 -- 그 결과물에 대한 갑의 입장은 어떠할까?  정말로 '을'은 갑의 '하수인/수족'에 불과한 걸까?


가령 갑이, "색상표에서 A1245 번을 선택하여 5센티 정사각형을 제작하여 *** 지점에 붙이시오" 라고 지시했는데 을이 잘 못 알아듣고 A1242색을 사용했다면?   갑은 이를 '우연한 창조'로 보고 수용했을까? 아니면 폐기 했을까?  그의 입장은 어떠한 것인가?


언어학에서 컨스트럭티비즘의 원조를 얘기 할때 주로 러시아 학자들을 논하는데, 미술사에서도 역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 덕분에. 


언어학습 수업에서도 이런식의 '텔레폰 페인팅'과 흡사한 작업을 하는데 여태까지는 말로 서술하고 각자 주관적으로 그것을 해석하여 그려내는 선에서 중단되곤 했다.  내가 생각해봤는데, 학생들에게 정확한 측량도구 (자)나 표 따위를 주고 좀더 공학적인 언어 훈련을 시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재미있는 실험이 되지 않을까?  


미술 책 보면서 전공 생각.  책이 주는 힘.  책은 힘이다.  


고전 예술이나  후기 모더니즘/포스트 모더니즘에 대해서는 나도 어떤 체계적인 인상을 갖고 있던 편인데 '모더니즘'이라 불리우는 미술사의 한 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었다.  고전예술은 중고등, 대학, 그 이후에도 책들을 통해서 교양을 쌓았고, 현대(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은 자주 미술관 다니면서 직접 만나는 편이니까, 혼자서 공부도 했으니까 가늠이 되었는데 그 중간지대가 애매했던 것이지.  대체로 그 주축이 러시아와 유럽이었기 때문에 내게 낯설었던 것도 같다.  이제 좀 가늠이 된다.  어렴풋이 가늠이 되는 정도만으로도 만족 (책은 또다시 열어 볼 수 있으니까.)


이제 즐거운 3편.  이미 내 눈에 익숙한 작품들이 망라가 된 3편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편'으로 간다.







Posted by Lee Eunmee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