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or2013. 4. 29. 06:53




어제, 50킬로미터 걷기, 마지막 스테이션 (휴게소)에서 잠시 앉아 발을 주물러주며 쉬고 있을 때 였다.  한 잘생긴 아시안 남자 참가자가 와서 내 근처에 앉았다.  얼핏 영화배우 김수로를 연상시키는, 단아한 (!!!)  용모의 아저씨였다.





우리가 미국 땅에서 살면서, 온통 백인종에 둘러 싸여 있다가 가끔 아시안을 보게 되면 자동적으로 '저이가 어느 나라 오리지널인가' 가늠하게 되지 않는가.  대개 행색이 촌스럽고 머리가 좀 오래된 것 같으면 중국계로 판단하고, 용모가 말쑥하면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판단을 하게 되는데, 뭐랄까 어딘가 팬시한 용모라거나 치열이 고르지 못하면 일본계, 그럭저럭 수줍으면 한국계 뭐 이런 식으로 자기만의 기준이 있게 마련이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기준이 있다. 


그런데, 그 김수로를 닮은 아저씨의 경우, 내가 갈팡질팡 했다. 일본계일까? 한국계일까?  판단을 못 한채로 그냥 커피나 마시고 있는데, 그 사람 목에 감은 '수건'이 눈에 들어왔다.  수건, 아아, 수건. 


허연 수건을 먼길 걷는 운동복 차림 위에 목에 건 그 사나이 (일본인들도 목에 수건을 걸지 않을까? 한국인만 저러는걸까? 갈팡질팡.).


하늘에 계신 우리 대장께서 내게 힌트를 주시느라 그랬는지, 그 사람 목에 두른 수건에 새겨진 문구가 선명하게 내 눈에 들어온다.


락빌 뼈다구 해장국. MD.


으흐흐흐, 음 하하하, 하하하하, 꺄륵꺄륵꺄륵, 음 핫핫핫핫.


...


나는 길에서 온갖 인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잘 하지만 ... 한국인 남자하고는 말을 절대 안섞는게 불문률이다. 한국인끼리는 내외를 하는 것이 법도이니까 말이지.  눈도 안마주치는 편이다. 그러니 이상한 여자라거나 쌀쌀맞은 여자라고 오해를 받아도 하는수 없다. 아무튼 난 한국남자하고 말을 안 섞는다. 그래서 그냥 눈도 안마주치고 그자리를 떴다. 


나중에 집결지에서 파스타와 샐러드등, 주최측에서 마련한 음식을 먹고 있노라니, 그 락빌 뼈다구해장국 신사께서 들어오는데, 그 댁은 부인께서 픽업하러 마중을 오신 것 같았다.  나는 아무도 픽업 해 주는 사람이 없는데...뼈다구님은 부인께서 마중을 나오셨구나. 좋겠다.  이런 생각을 잠시 했다. 


나는 셔틀버스에 탈 사람이 채워질 때까지 대략 40분쯤 기다리고 있어야 했는데, 기다리는 시간도 흥겹다. 파티하는거니까. 온종일 걸었던 다른 사람들과 편안하게 이야기도 하고, 즐겁지. 이 순간 만큼은 모두 형제자매같이 따뜻하고 풋풋하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큰소리로 이쪽을 보고 "굿바이!" 외치는 것 같았다.  돌아보니 '뼈다구 해장국'님.  그래서 나도 뼈다구 해장국님을 향해 방긋 웃으며 "굿바이!" 해 주었다. 서로 한국인이냐고 묻는 대신에, 알아서 가늠하고 동족의 우정을 표하는 인사, 굿바이!  잘생긴 해장국 뼈다구 아저씨!  


(근데....  한국 아저씨들은 왜 목에 수건을 걸고 하이킹을 하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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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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