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or2013. 3. 21.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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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업을 듣는 학생중에 큼직한 규모의 식당에서 바텐더를 하는 청년이 있다.  고객들과의 소통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영어를 구사하는 한국계 이민자. 


이 학생이 오늘, 그 식당 바텐더로 일하면서 겪는 '영어'때문에 일어나는 일화를 한가지 들려주었다. 


이 젊은이는 표정이 대체적으로 시무룩한 (전형적인 한국남자 스타일) 편인데, 고객들 사이에서 '스마일맨'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한다.  그래서 '왜 미국 사람들이 나를 스마일맨이라고 부를까?' 혼자 곰곰 생각을 해 보았다고 한다.  


돌아보니, 자기 자신이 마치 '네이티브 스피커' 인 것 처럼 행동하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려고 무진 애를 쓰지만, 사실 단골 고객들이 던지는 농담이나 이야기의 핵심을 놓치거나 못 알아들을 때도 많은 편인데, 그런 경우 그는  자신이 모두 알아 들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미소 작렬' ---> 살인적 미소로 땜빵을 했다는 것이다.  얘기 못 알아 듣는 경우가 많으므로 살인 미소를 짓는 횟수도 많았을 것이고,  그러니 사정을 알 수 없는 그의 고객들은 그를 '미스터 스마일, 스마일맨'으로 받아 들인 것이리라.


'왜 사냐건 웃지요' 라는 우리 시인의 싯귀도 있거니와...

그는 살기 위해서 웃었던 것이니.


뭔가 상대방의 영어를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할때, 영어 학습자들이 주로 써먹는 방법은 -- 알아 들었다는 듯이 염화시중의  살인 미소를 은은하고 낭랑하게 띄우면서 '으흐~ 예에~ '  맞장구를 쳐 주는 것.   (못 알아 들을 때 마다, 일일이 --컴 어갠? 웟 디듀 세이? 익스큐즈미? 아이디든개츄 하면서 말의 흐름을 자꾸만 끊어서도 곤란하지 않은가. 그러니, 그냥 염화시중 전략으로 안전빵, 가는거쥥.) 


사실 이러한 현상은 이 바텐더 청년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고, 대부분의 -- 전세계에서 영어를 배우거나 써먹는 비 원어민들이 영어를 사용할때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써바이벌 전략중의 한가지다.  (나는 이러한 현상을 passign smile, passing talk 라고 정리한 적도 있다.) 


뭐 대개 이런식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면서 산다.


그러나,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

경찰이 살인용의자로 잡힌 갑돌이를 붙잡고 묻는다:

경찰: You've killed your wife, haven't you?  (니가 니 마누라 죽였지, 그렇지?) 이러고 묻는데 거기다가 대고 

갑돌이: 만면에 미소를 띄우면서 yeah... 

재판정에서도 판사나 검사나 배심원이 "니가 마누라 죽인 범인이냐?" 하고 물을때, 역시 미소를 띄우며 '예...' 한다고 상상해보라.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것인가. 


* 이 바텐더 청년의 일화가, 아주 보편적이면서 전형적인, 전 세계인에게 두루 적용되는 영어 학습자의 생존 전략 행동 패턴 한가지를 극명하게 스케치해주는 케이스라서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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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