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2. 9. 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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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입구에는 창고같이 보이는 작은 오두막이 있다. 그 오두막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마당을 가로질러 그 집의 안채가 보인다. 하지만 식구들은 모두 들에 일을 나갔는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찌 보면 마치 옛날 우리 시골집 사랑채 바깥 마당 구석에 세워진 바깥 변소처럼, 그 작은 창고는 외톨이로 서있다. 이때 어디선가 전화벨이 울린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전화벨은 그 창고에서 울리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달려와 전화를 받는 이는 없고, 한참 후 전화벨 소리는 시무룩하게 끊긴다.


 지난 여름 펜실베이니아의 랭캐스터 카운티에 갔을 때 어느 아미시 집 마당에서 겪은 일이다. 현대 기술문명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 아미시. 그들도 ‘전화’의 필요성만은 인정을 했나 보다. 전화를 놓은 집도 있긴 했다. 하지만 그들은 전화기를 집안으로 들여놓는 일에 회의적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집 전화기는 바깥채 헛간에서 혼자 외롭게 울어대곤 한다.

 옛날에는 우리도 그렇게 살았다. 마을에 한 대 밖에 전화가 없던 시절, 시골 우리 집은 온 동네 사람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전화국’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두 서로 가족처럼 마주보고 웃고 울며 살던 마을 사람들. 하지만, 세상은 그로부터 한참 멀어졌다.

 최근 주간지 타임(Time)지는 이동 통신 기술이 우리 삶을 바꾸는 열 가지 양상을 특집으로 실었다. 스마트폰이나 셀폰 등 손으로 들고 다니는 이동통신을 모두 아우르는 이 기사는 무엇을 주목했을까? 그중 다섯가지를 소개해 본다.

 첫째, 스마트폰의 여러 가지 애플리케이션이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한다. 홍보물 전달이나 후원금 모금 방법이 전보다 훨씬 쉽고 유연해졌다고 한다. 

 둘째, 단문을 주고 받는 텍스팅 (texting)이, 방해 받지 않는 새로운 소통 방법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장문의 이 메일이나 문서들은 귀찮아서 열어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텍스트 한 두 줄은 즉각적으로 확인이 되는 편이다. 

 셋째, 스마트폰만 있다면 지갑 속의 현금이나 크레딧 카드 없이 생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넷째, 당신이 누구인지 어떤 생활을 하는지, 당신의 전화가는 모두 알고 있다. 최근의 전화 사용내역이나 검색, 텍스트, 이 메일 열람 내역을 조회해보면 그 안에 모두 답이 있다. 그래서 최근 범죄자 추적 시간이 많이 짧아졌다는 통계도 있다. 

 다섯째, 당신과 가장 가까운 것은 지갑도, 가방도, 애인도, 애완견도 아니다. 스마트 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잠자리에 들 때 머리맡에 전화기를 놓아둔다는 사람들이 대다수가 되었다. 기지국이 없어서 무선전화가 불가능한 먼 오지의 마을 사람들도 요즘 기지국을 세우는 문제로 토론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핸드폰이나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를 따라 이제 카메라는 지구 구석구석 어디든 간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무선 스마트기기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돕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이나 값비싼 도구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학교에서도 무조건 셀폰 사용을 금지할 수만도 없게 되었다.

미국의 여러 지역 학교에서 셀폰이나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고, 의과대학에서는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기기가 의료행위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에 따라 의사 가운 주머니에 태블릿을 넣을 수 있도록 주머니가 조정되었을 정도이다. 아프리카 우간다와 같이 의료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 셀폰을 통한 문자 메시지만으로도 의료처방을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기사를 읽으며 내 일상을 돌아보니, 내가 원하건 원치 않건 나는 이미 이동통신과 연결된 삶에 이미 깊숙이 들어가 있다. 바깥채에 전화기를 놓고 무심히 살고 싶다는 바램과는 상관없이 나는 이동 통신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서, 어쩌면 이동통신은 내가 숨쉬는 공기의 일부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내 전화기는 나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고 있는데, 나는 내 전화기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이 아직도 많이 있다. 이제 내 전화기와 적극적으로 친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12,8,29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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