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2. 7. 25. 19:05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451318

 

열명 이상의 아동들을 성추행 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고 수감된 펜스테이트대의 은퇴한 풋볼 코치 샌더스키. 그는 감옥으로 들어갔지만, 이 사건의 파장은 아직도 증폭되고 있다. 샌더스키 사건의 직격탄을 맞은 사람은 전설적인 미국 풋볼의 영웅 조 페이터노 (1926-2012)라고 할 수 있다.



 조 페이터노는 1966년부터 2011년 샌더스키 사건이 도마에 오를 때까지 46년간 펜스테이트대의 풋볼 감독 자리를 지켰다. 지난 연말 은퇴할 때도 사람들은 그가 직접 상관도 없는 성폭행 사건으로 억울하게 불명예 은퇴를 하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1월 그가 급거 사망했을 때도 많은 사람이 심심한 애도를 표했다. 풋볼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그는 ‘억울한 할아버지’처럼 보였다. 이 모든 것이 다 동료였던 샌더스키 때문이 아닌가? 얼핏 그렇게 보였다.



 샌더스키의 유죄 평결 직후, 대학의 벽화에 그려진 페이터노 감독의 초상화에 변화가 일어났다. 그의 머리 주위에 그려졌던 둥근 원, 성스러움을 상징하던 그 원이 지워졌다. 벽화 작가가 직접 지웠다고 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펜스테이트대가 자랑할만한 성스러운 존재로 남을 수 없었다. 그 뿐이 아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대학에 세워져 있던 그의 동상이 학교 자체의 판단으로 치워진 것을 비롯해,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가 대학 측에 대한 공식적인 징계 조치를 통보했다. 이들의 징계 조치는 6000만 달러의 벌금과 앞으로 4년간 장학생 풋볼 학생수를 25명에서 15명으로 축소, 포스트 시즌 경기 및 각종 보울(Bowl) 게임 참가 자격 박탈 등이다.



 또한 감독으로서 동료 코칭 스태프의 성범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면키 어려운 페이터노의 경기 우승 기록 중 1998년에서 2011년까지 공식기록이 삭제된다. 이것은 샌더스키의 수상쩍은 행동에 대한 보고를 그가 처음 접했던 시점으로부터 그가 풋볼 감독에서 퇴임하기까지 우승의 역사를 모두 무효화한다는 의미다. 지도자로서 마땅히 책임을 지고 행동했어야 하는 사안에 대해 눈 감거나 모른 척한 순간부터 그는 지도자가 아니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미 죽어서 고인이 된 사람의 우승기록 삭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실 페이터노가 대학 풋볼팀을 이끌면서 여태까지 세운 기록은 역대 풋볼팀 감독 중에서 최고였다. 그의 이력은 미국 대학 풋볼계에서 ‘왕중왕’이었고, 펜스테이트대가 영웅으로 모시기에 충분했다.



 미국 대학 풋볼 감독이 영웅인 것이 뭐가 대단한 건가 의아해할 사람도 있는데, 미국에서 미국인으로 태어난 사람들에게 풋볼은 삶에서 떼어놓기 힘든 문화와 같은 것이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게 풋볼 경기는 축제와 같은 것이다.


 해마다 가을 대학 풋볼이 시작되고 대학 풋볼팀이 홈경기를 하거나 원정경기를 하는 날이면 사람들은 풋볼 경기장에 모여들고,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경기장 바깥의 잔디 공원에서 바비큐 파티와 피크닉을 즐기는 것이 이들의 문화다. 풋볼 경기가 있는 날이면 식품점의 과자와 음료수가 동이 나고, 점잖은 교수들도 대학 풋볼 응원 티셔츠를 입고 수업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들은 모여서 파티를 하며 풋볼을 얘기하고, 유명 선수들의 기록을 얘기하고, 감독들에 열광한다.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해본 사람과 풋볼 경기장에 가본 사람 숫자를 통계내보면 아마도 풋볼 경기장에 가본 인원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렇게 풋볼은 미국인들의 삶의 일부이고, 풋볼 감독, 그 중에서도 최고의 감독은 찬란하게 빛나는 별 중의 별이다. 그 별 하나가 지금 사후에 부관참시당하듯, 진흙탕에 던져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동료 코치의 잘못 때문에. 감독해야 마땅한 위치에서 방조하거나 ‘범인’을 두둔했기 때문에.


 나는 이미 사망한 조 페이터노 감독이 맞이하는 사후의 불명예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나, 현재 그에 대해 이뤄지는 조치는 환영하는 편이다. 자기 방어력이 없는 약자들을 향한 성폭행의 범죄자들과 그의 ‘방조자’들은 죽어도, 죽어도 자신의 죄를 벗을 수 없다는 하나의 사례가 되길 바란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