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2. 6. 27. 22:32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432457

 

요즘 미국 최대 뉴스 중 한 가지는 단연 제리 샌더스키의 아동 성폭행 관련 재판 내용이다. 특히 판결을 앞둔 지난 일주일간 케이블 뉴스 전문 채널 CNN은 거의 온종일 매시간마다 그와 관련된 보도를 하거나 재방송을 내보냈다.



 샌더스키는 펜실베니아 주립대에서 4년간 풋볼 선수로 활동했고 같은 대학에서 풋볼 코치로 그의 긴 풋볼 지도자 이력을 이어 나갔다. 1977년 그는 ‘The Second Mile’이라는 아동 보호 단체를 조직하여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을 돕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이 단체에 소속한 불우한 청소년들 중에서 그의 ‘먹잇감’을 찾아 냈을 것이다.



 1998년 그가 대학 구내에서 아동을 성추행한다는 내용이 접수됐지만 본격적인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듬해 1999년 그는 32년간의 풋폴 코치 생활을 접고 명예롭게 은퇴했다. 2000년 대학의 샤워실에서 샌더스키가 소년을 성폭행하는 장면이 청소부에게 들켰지만 이 일에 경찰이 개입되지는 않고 흐지부지 지나갔다. 2001년에는 대학의 보조코치가 역시 샌더스키가 샤워실에서 아동 성추행을 하는 장면을 발견해 대학에 보고했지만, 어떠한 사법적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2011년 그는 여러 명의 피해자들에 의해 제소됐고 바로 지난주 그는 수갑을 차고 수감됐다. 그에게는 수백 년의 수감 판결이 떨어졌다.



 범인은 감방으로 들어갔지만, 책임져야 할 사람이 샌더스키 뿐만은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경고 등’이 켜졌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샌더스키를 감싸고 돌던 펜실베이니아 주립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 그들에게 중요한 풋볼 코치를 지키기 위해서 대학측은 이름 모를,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들이 성폭행을 당할 때 이를 ‘모른 척’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나는 악인 샌더스키보다, 그가 명예롭게 활약하도록 방조했던 대학측과 이렇게 돌아가는 인간사회 전체에 대해서 슬픔을 느끼는 편이다.



 샌더스키의 아동 성추행 관련 재판 보도를 매일 지켜보면서 나는 중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그 여자 중학교의 방송반원들은 인물이 훤칠한 학생들이었고 나는 그런 방송반 ‘언니’들을 존경의 마음으로 바라보곤 했다. 그런데 내가 2학년이 되었을 때 방송반을 담당하던 음악 선생님이 나를 찾았다. “너 방송반에 들어와라.” 나는 선생님의 제안으로 영문도 모르는 채 방송반원이 됐다.

 

우리들이 하는 일은 월요일 전체 조회시간에 마이크를 설치하든가, 매일 아침 저녁 국기 게양과 하강 방송을 내보내는 일이었다. 우리들은 수업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방송실에 모여서 공부를 하거나 심부름을 하곤 했다. 언젠가는 나 혼자 방송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다가오더니 뒤에서 나를 안았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쩔쩔매고 가만히 있었는데, 그는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나갔다.

며칠 후에는 정말 예쁜 방송반원과 둘이 있는데 선생님이 그 친구를 포옹하고 입을 맞추려 했다. 나는 그 자리에 있기가 너무 민망하고 무서워서 얼른 방송실 밖으로 도망을 쳤고, 조금 후에 내 친구도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허둥지둥 도망쳐 나왔다. 우리는 둘이 부둥켜 안고 엉엉 울었다. 언젠가 내가 너무나 우울하고 근심스러워서 상담 선생님께 이 일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상담선생님은 한숨을 내쉬면서 조심하라고 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조심하라고.

 그 후로 나는 늘 선생님의 두 눈을 빤히 노려보며 그곳을 드나들었다. 내가 늘 사나운 표정을 지어서인지 그는 나를 건드리지 못했고, 나는 방송반에서 ‘혁혁한’ 활동을 했다는 구실로 졸업식장에서 영예로운 공로상까지 받고 그 학교를 떠났다. 내가 그 학교를 떠난 후에도 그에 대한 이상한 소문은 다른 학교에까지 퍼지고 있었다.

 

나는 그런 세월을 겪으며 성장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평화로워 보이는 일상. 하지만 우리들은 누구에게 함부로 발설도 못한 채 영문 모를 폭력과 싸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샌더스키는 저주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샌더스키가 설치고 돌아다니도록 방조한 이 사회 역시 무거운 책임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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