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2. 3. 19. 04:24
지난 금요일 저녁에 스프링 브레이크를 맞은 찬홍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어제는 종일 5월의 날씨처럼 화창했고, 꽃이 천지에 미친듯이 피어났고 햇살이 너무 눈부셨다.

오늘은 종일 구름낀 날씨가 예보되어, 아침에 찬홍이와 산책을 나갔다. 오랫만에 찬홍이와 베데스다.

차를 포토맥강변 마을에 세우고,  개나리가 만발한 어느 집 담장 앞에서 사진도 찍고.


숲길에 핀 야생 수선화에게 인사도 하고


누군가가 쓰러진 나무를 토막 내어 세워 놓고는 심심풀이로 조각을 한 듯.  나무 토막 일부를 잘라내어 의자를 만들어 놓았다.  나무꾼의 의자.





오랫만에 찬홍이와 커플샷 놀이도 하고. (불쌍한 찬홍이. 아직도 여자친구가 없어서 엄마하고 논다)
엄마 곰은 날씬해. 아기 곰은 뚱뚱해. 찬삐곰은 너무 귀여워~!


연두빛으로 물이 오르는 숲의 자태가 눈물겹게 아름다운, 아주 짧은 일년중 한때.


개울가 숲지대를 덮고 있는 이끼같이 고운 Buttercup.


다리의 철조망 사이로 삐죽 내민 벚꽃. (호기심 많은 강아지가 울타리 밖을 내다 보는듯 앙증맞고 귀엽다).





케닐우드 벚꽃 마을의 벚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직 만발한 것이 아니다. 다음 주말에 가면 온동네가 흰 벚꽃으로 뒤덮이리라... 다음 주말에 또 이곳에 와야지. (이 나무에 이렇게 걸터 앉으면...(작년에도 이 가지에 걸터 앉았었다) 어김없이 오스카 와일드의 '키다리 아저씨, 이기적인 거인 이야기가 떠오른다.  아이들이 나무에 오르자 봄이 찾아왔다는 이야기. 한아이가 나무에 오르지 못해 울고 있자 거인 아저씨가 아이를 나무에 올려 준다. 그러자 그 나무에도 꽃이 피고, 거인은 아이의 손발에 못자국 상처가 있는 것을 보고 화를 낸다, "누가 네게 이렇게 몹쓸짓을 한거냐?"   빙긋 웃고 사라지는 아이.

나무아래를 지나가는 꼬마 아이가 부러운듯 쳐다본다.



나무에 기어오르는 꼬마아이들.


늘 들르는 카페 뺑 꼬디디엥에서 늘 먹는 음식을 주문하여 먹고, 즐거운 봄날의 오전.

***  ***

살면서 올해 봄처럼 반갑고 고마운 봄은 처음 인 것 같다.  그만큼 지난 겨울 나기가 힘이 들었다. 2월 한달간은 정말 하루하루가 힘이 들었다. 내가 뜨개질만 내내 했던 것은, 일어나 걸을수가 없이 힘이 들어서, 침대에 기대 앉은채 뜨개질을 하다가 자다가 했기 때문이다. 잠이 깨면 뜨개질을 하고 그러다 졸리면 다시 뜨거운 전기담요 속으로 들어가 자곤 했다.  드디어, 결국, 내가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이러다 죽나보다 했다.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중병 환자 병동에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했었다. 병원에 일찌감치 안 간 이유는, 중병 선고 받기가 싫어서. 최대한 미루기 위해서.

의사는 '아무 병도 아니다'라고 나를 안심 시켰고, 그래도 나는 여전히 아팠고, 3월이 되고 세상이 꽃이 피면서 나를 괴롭히던 통증도 요술처럼 사라졌다. 정말 요술 같다. 내가 세상에 꽃이 피어나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내 몸의 통증이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지금 1년전처럼,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 처럼 몸이 가볍고 건강하다.  부활한것처럼.

그래서, 지금 내가 누리는 이 몸 가벼운 건강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가 건강한 몸으로 맞는 이 봄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지 절절하게 느끼고 있다. (오늘 오랫만에 걸으러 나갔는데, 조깅하는 사람들을 따라서 달려도 몸이 가벼울만큼 그렇게 가뿐했다.) 이제 다시 뭔가 계획하고 노력하고 성취할수 있을것 같다.  다시 봄이 온것 같다.

지난 겨울은 너무나 혹독했고, 웅녀처럼 내 굴속에서 뜨개질을 하며 버티던 그 겨울의 시간은 내게 많은 소중한 것들을 일깨워주고 있었으리라.  굴밖의 세상은 황홀하게 아름답다. 이제 다시 부지런해져야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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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