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2. 2. 15. 20:34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357467

 케냐의 어느 마을에서 한 살짜리 아기 하마 오웬이 발견되었을 때 이 하마는 심한 탈수증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오웬은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130세의 거북이 할머니 앰지를 만나게 된다. 이들은 2004년 처음 만난 이후로 단 한시도 떨어져 지내지 않는 단짝이 되었다. 이들은 늘 함께 잠들고 함께 식사를 하며, 서로의 얼굴을 핥아주기도 한다.


앰지 할머니가 오웬의 꼬리를 살짝 깨물면 그것은 저쪽으로 비키라는 뜻이다. 오웬이 앰지 할머니의 오른발을 슬쩍 밀면 오른쪽으로 가라는 뜻이고, 왼발을 슬쩍 밀면 왼쪽으로 가라는 뜻이다. 아기 하마 오웬에게는 보호자가 필요했을 것이고 그것이 이들의 우정의 시작이 되었을 거라고 학자들은 해석한다. 2월20일자 시사주간지 ‘타임’지의 기획기사에 실린 사례이다.
 

내가 키우는 개 ‘왕눈이’는 7년 전 동네의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려왔다. 작은 잡종 털북숭이 개다. 열 살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생김새가 귀여워서 동네에 데리고 나가면 모두들 귀엽다며 만져보고 싶어한다. 왕눈이는 털이 복실복실한 종류의 개들과는 사이좋게 지내지만 털이 짧고 행동이 민첩한 개들과는 원수지간처럼 사이가 안 좋다.
 

우리 왕눈이에게도 단짝친구들이 있었다. 작은 학생용 아파트에 살 때는 이웃 건물에 사는 ‘포메라니안’ 개의 집에 자주 놀러 갔다. 개가 없어지면 그 집으로 찾아가면 되었다. 그 개 역시 문만 열리면 우리 왕눈이를 보러 왔다. 왕눈이는 그 개가 오면 제 밥그릇까지 내 주며 친구를 반겼다.
 

개인 주택에 살 때는 동네의 ‘비천 프리즈’ 종의 털이 오글오글하고 흰 귀염둥이 개 한 쌍이 틈만 나면 우리 왕눈이를 보러 달려왔다. 내가 일부러 이들과 교제하도록 한 것도 아니었다. 자기네들끼리 동네에서 알게 된 후에 서로 집을 기억해 놨다가 문만 열리면 친구를 보러 가는 것이었다. 물론 이들은 모두 중성화 된 개들이라 짝을 짓겠다고 오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서로 친구가 그리운 모양이었다. 요즘 왕눈이는 이렇게 서로 오가는 단짝친구가 없다. 왕눈이로서는 딱한 일이다. 개에게도 단짝 친구는 필요할 것이다.
 

동물학자들은 ‘동물’에게도 ‘친구’나 ‘우정’이란 것이 존재할까 하는 물음표를 던져놓고 연구를 하기도 한다. 동물학자들이 규정하는 우정이란, 가족의 범주를 벗어난 대상과 일시적이지 않고 수 년간 지속적이며, 한쪽이 죽거나 사라지면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고, 서로 보호해 주는 시스템인가 하는 것이다. 침팬지, 돌고래, 말, 작은 원숭이 등 사회성이 발달된 동물들이 그 연구 대상이다.
 

학자들이 이러한 연구에서 알게 된 사실로는 돈독한 친구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동물들이 절친한 친구가 없거나, 혹은 교제가 적은 동물들에 비해 건강하고 장수하며 새끼들도 건강하게 키워낸다는 것이다. 친구 없이 혼자 외따로 지내는 동물은 질병에 걸리거나 일찍 죽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 왕눈이가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나가서 동네 개들과 교제하도록 신경써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들도 멀리서부터 맘에 드는 개를 발견하면 서로 다가가고 싶어서 안달을 하지 않던가.
 

이것이 단지 동물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인가? 가족이나 친지들과 긴밀하게 연결된 사람들은 고혈압에 걸릴 가능성이 적으며, 스트레스 호르몬이 상대적으로 적고, 면역체계가 강하다고 한다. 2010년 브리검 영 대학의 과학자들이 30만 명 이상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소원한 채 고립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거나, 비만증인 사람들만큼이나 조기 사망률이 높다고 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혼자 있으면 외롭고 외로우면 건강도 저하되는 것이다.
 

130세 거북이에게도 친구는 필요했으리라. 우리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혹은 우울감에 혼자 처박혀 지내는 친지를 자주 찾아 뵙지는 못한다고 해도 전화라도 자주 드려야 하는 이유는 전화통을 통해서라도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어야 한다.


2012,2,15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