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1. 12. 18. 04:39



모처럼 왕땡이를 데리고 조지타운에 산책을 나갔다. 왕눈이가 장거리 워킹을 한 지 오래되었고, 나이도 연로하셔서 잘 걸을지 약간 염려가 되었는데, 노익장!을 과시하듯 문제없이 가볍게 6마일 거리를 왕복을 했다.  헥헥거리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왕눈이가 장거리 걸을때 헥헥거린 이유는 날씨가 더워서 땀이 나서 그랬던 모양이다. 날씨가 쌀쌀하니까, 왕눈이 입장에서는 덥지가 않으니까 가볍게 잘 걷더라.

나 역시, 왕눈이를 위해서 왕눈이가 평소에 먹는 '과자'를 몇개 주머니에 갖고 나가서 약 1마일 걸을때마다 하나씩 꺼내 먹였다. 말하자면 그것이 왕눈이에게는 '에너지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군소리 않고 걸어주었으니까.





조지타운 컵케이크 가게에서 오랫만에 컵케이크 하나를 사 먹었다. 점심도 안 먹었고, 출출하고, 배고프면 걷기 힘드니까, 에너지 보충을 위해서.  역시 토요일 오후라서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5분쯤 기다리다가 가게에 들어갔다.  왕눈이는 가게앞 기둥에 묶어 놓았다.  밖에서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왕눈이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사람들이 예쁘다고 쳐다보면서 보살펴 주었으므로. (줄서서 기다리다가, 개 한마리가 보이니까 덜 심심했을것이다.)



컵케이크 하나, 그리고 커피 작은것 한잔을 주문해서


착하게 기다려준 왕땡이와 컵케이크는 둘이 똑같이 노나 먹고,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달콤한 컵케이크와 뜨거운 커피는 이렇게 추운날에는 환상의 콤비이다.  조지타운 컵케이크는 내가 먹어본 중에서 오늘것이 가장 맛있었다.  배고프고 춥고 그런 상태에서 뜨거운 커피와 먹으니까 환상적이었을것이다.

왕눈이는 겁에 질려서 사방을 둘러보다가 유리문 안의 나를 발견하고는 앙앙거리고 짖어댔다.  왕눈이는 늘 그런다.  사람들이 나를 부러운듯 쳐다봤다. 모두들 왕눈이를 만져보고 싶어했다.  그리고 이곳 사람들은 남의 개를 만져볼때는 사람들이 반드시 "May I pat your puppy?" 하고 먼저 승락을 받는 편이다.  그러니 개 주인인 내가 제왕이 된 기분이 드는 것이다.  :-)




컵케이크를 사이좋게 노나먹고, 다시 강변을 걸어서 돌아오는길



예정대로 였다면, 지금쯤 왕땡이는 자기를 세상에서 가장 예뻐하는 '아부지'의 품에서 놀고 있었겠지만, '아부지'께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휴가를 반납한 관계로, 불쌍한 왕눈이가 되었다.



조지타운 왕복 산책로 중간 지점쯤에 이런 벤치가 하나 있다. 이곳을 지날때면 왕땡이는 습관적으로 이 벤치위에 냉큼 올라가서 다리 쉼을 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 의자를 '왕눈이 의자'라고 이름 지었다. 오늘도 왕눈이는 이 의자에서 하염없이 수로의 물을 바라봤다.









왕눈이가 정정해서 다행이다. 겨울 동안에는 워킹 나갈때 왕눈이도 데리고 다녀야겠다.  왕눈이를 데리고 나가면 카페나 책방에 들르기가 어려위지지만, 그러니만큼, 시간 낭비 안하고, 돈도 안쓰고 걷기만 하게 된다. 그러니 좋은 일일 것이다.  왕눈이를 운동을 많이 시켜서 날씬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를 해야, 이 친구도 내곁에서 오래 오래 살게 될 것이다.  요즘은 내가 왕눈이를 돌봐주는 것이 아니고, 왕눈이가 나를 돌봐 준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우리들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들일 것이다.

2011, 12, 17, 토, 흐린 날.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