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1. 11. 9. 22:17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295940

http://www.imdb.com/title/tt1268799/

지난 주말 우리의 친구 ‘해롤드와 쿠마’가 크리스마스 캐롤과 함께 우리 곁에 돌아왔다. 2004년 ‘해롤드와 쿠마, 화이트 캐슬에 가다(Harold and Kumar Go to White Castle)’에 힘입어 2008년에 나온 2편, ‘해롤드와 쿠마, 관타나모를 탈옥하다 (Harold and Kumar Escape from Guantanamo Bay)’에 이어 3년 만에 이들의 크리스마스 에피소드가 나온 것이다. 특히 이 영화에는 한국계 배우인 존 조 (John Cho)가 주인공 해롤드로 나와서 한국인에게는 더욱 친밀감을 준다.
 
3편에서 ‘엄친아’인 해롤드는 성공한 비즈니스맨이 되어 있고, 쿠마는 여전히 사고를 치며 살고 있다. 그리고 또다시 소동은 시작된다. 성인물답게 포르노그라피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도처에 깔려있고, 도저히 남녀노소 온 가족이 손잡고 영화관에 가서 볼 만한 작품은 아니다.

주말의 영화관에도 주로 20대 젊은이들이 객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영화의 1편, 2편을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3편은 어쩌면 그저 황당한 얘기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딱히 전작을 찾아 보지 않더라도, 3편 자체만으로 한나절 유쾌하게 웃고 지나갈 성인물로는 손색이 없어 보인다.
 
나는 사회언어학 수업이나, 문화 관련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해롤드와 쿠마’ 시리즈 1편, 2편을 보고 감상문을 작성하라는 숙제를 내주거나, 영화의 일부를 보고 함께 토론을 할 때가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인도계 미국인인 쿠마와 한국계 미국인인 해롤드이고, 영화에는 미국의 이민자 사회나 혹은 소수 문화에 대한 편견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지뢰밭처럼 깔려 있다.
 
가령 2편에서는 해롤드와 쿠마가 관타나모 수용소에 감금되었다가 탈옥하는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이때 미국 정보국에서 해롤드의 가족과 친지를 심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국계 미국인인 해롤드의 부모에게 수사관은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대화를 시도한다. 해롤드의 부모가 한국계이니 영어가 안 통할 거라고 미리 판단한 것이다. 해롤드의 아버지가 “나는 미국에서 수 십년간 살아온 미국인”이라고 유창한 영어로 설명을 해도 수사관들은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리고는 그가 ‘이상한 한국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계는 영어를 못 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고정관념, 영어로는 스테레오타입 (stereotype)이라고 한다.
 
이들이 유태계 미국인을 심문할 때는 동전이 가득 든 주머니를 잘랑잘랑 소리나게 흔들어댄다. 유태인들은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니 돈 소리를 내면 모든 것을 자백할 거라는 생각에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공항이나 비행기 안에서 쿠마는 필요 이상으로 의심을 받는다. 그가 유색인종이고, 아랍계 사람들과 비슷한 용모라서 무조건적인 경계의 대상이 된 것이다.
 
3편에서는 쿠마가 친구와 함께 차를 타고 성공한 해롤드의 집에 도착했을 때 해롤드를 한번도 본 적이 없던 쿠마의 친구가 말을 한다. “난 네 친구 해롤드가 백인일 거라고 상상했어.” 해롤드라는 이름, 그리고 성공한 비즈니스맨을 조합하면 백인이 어울리는 것이리라. 해롤드가 결혼한 남미계 부인의 가족이 등장할 때 한 마을 사람 모두가 온듯한 장면 역시 사실은 인종적 스테레오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다문화 다민족들이 어울려 사는 미국 사회에 뿌리깊게 깔려있는 인종, 문화에 대한 소소하고도 질긴 편견들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사실 이 영화에 깔려 있는 이런 ‘편견 코드’를 얼마나 속속들이 읽어 내느냐가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관건 일수도 있겠다.
 
이태 전, 학생들에게 이 영화 속에 깔려있는 편견들을 찾아보라는 숙제를 내 준 적이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현재 살고 있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미국인의 삶 속에 스며있는 각종 편견의 요소뿐만 아니라, 자신이 안고 있는 편견의 덩어리들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으리라. 그런데 영화가 난잡해서 눈뜨고 봐줄 수가 없었다는 평도 있었다. 성인물 코미디 해롤드와 쿠마, 그들이 있어 유쾌한 인생이다.

2011,11,9 이은미

아, 또 보고 싶다. 나중에 추수감사절에 찬삐 집에 오면 둘이 같이 가서 조조할인으로 또 봐야지~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