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1. 9. 14. 20:59

The Social Animal

http://www.amazon.com/Social-Animal-Elliot-Aronson/dp/1429233419/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259889

 퇴진한 서울시장의 빈 자리를 누가 새롭게 차지 할 것인가로 현재 대한민국이 시끌시끌한 가운데 컴퓨터 백신으로 유명한 안철수 교수가 서울 시장 후보설을 뛰어 넘어 장차의 대권 후보로 떠오르면서, ‘안철수 신드롬’이라는 표현이 언론을 넘나들고 있다. 이러한 ‘신드롬’이 과연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지, 아니면 활화산처럼 타오를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안씨가 수년간 부동의 일위를 다져온 현 정치인과 상대한 여러 여론 조사에서 우세한 모양새를 연출한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 볼 수 있을까?

 사회심리 학부생들의 기초 교재이며, 고전으로 알려진 엘리엇 아론슨 (Elliot Aronson)의 저서 ‘사회적 동물 (The Social Animal)’에서 사람들이 의사 결정을 하는데 일어나는 몇 가지 현상들을 정리해주고 있다.
 첫째, 사람은 ‘전문가’나 ‘신뢰할 만한 개인’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기왕이면 전문가로 알려진 사람, 평판이 좋거나 신용이 높은 사람의 말을 우리는 높이 평가한다.

 둘째, 그 사람의 언행이 그 자신의 이익과 배치가 될 때 특히 신뢰성이 높아진다. 예컨대, 왕자의 자리를 박차고 고행의 길을 나선 석가모니, 신의 아들이며 메시아였던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의 길을 간 것에서 인류가 감동을 받는 것은 겉보기에 스스로 자신의 이익에 위배되는 행동, 혹은 희생 때문이다. 체 게바라가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이유 역시, 의사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던 한 청년이 자신의 조국도 아닌 다른 나라를 위하여 고난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신의 이익에 배치되는 행동을 할 때, 그 사람의 언행이 호소력이 높다는 것이다. 기득권자가 기득권을 포기하고 소외 계층을 위해서 행동할 때 그 울림이 큰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다.
 
셋째, 그 사람이 나에게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를 보이지 않을 때, 나는 그 사람의 언행을 더욱 신뢰한다. 우리는 내 면전에서 나를 칭찬하는 사람을 의심한다. 숨은 의도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칭찬하는 사람을 신뢰한다.

 넷째,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면, 사소한 일의 경우에, 내용에 상관없이 그 사람의 언행의 영향을 받는 편이다. 예컨대,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광고 모델로 나오는 커피를 나는 선호하게 되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들고 있는 가방을 나도 들고 싶어진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는 이런 원리가 잘 통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안성기씨가 과자 광고를 하면 나는 그가 광고하는 과자를 한 두 봉지 사 먹겠지만, 그가 대통령 후보로 나온다면, 냉큼 그에게 표를 던지지는 않을 것이다. 과자와 대통령은 다른 것이니까.



 위의 원칙에 안철수 신드롬을 대입 시켜 보자. 첫째, 안철수씨는 컴퓨터 백신의 독보적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평소의 그의 언행이 사람들에게 신뢰를 줘왔다. 둘째, 안씨는 꽤 유리한 조건으로 보였던 서울 시장 후보 자리를 그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다른 후보에게 조건 없이 양보했다. 표면적으로 그는 자신의 이익에 위배되는 행동을 소탈하게 해 치웠다. 셋째, 그의 이러한 행동에 어떤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같지가 않다. 물론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도 있겠으나 표면적으로 그러하다는 것이다. 넷째, 평소에 신뢰성이 높아 보여서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호감을 갖고 있던 터에, 그의 출현은 현 정치에 식상하여 ‘내 마음 갈 곳을 잃었던’ 다수의 사람들을 사로 잡았다. 그 결과가 오늘날의 '안철수 신드롬'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가 대권으로 향한다면, 그는 진정으로 ‘통치의 전문가’로서 자리매김할 역량을 키웠는지 검증을 받는 혹독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그 검증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사소한 호감 혹은 거품 같은 호감에서 끝나는 인물로 떠나갈지, 아니면 유권자가 기꺼이 한 표를 던질만한 지도자상을 보여줄지 드러나게 될 것이다. 어쨌거나, 한 사회에 검증해 볼 만한 인재들이 많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2011,9,14, 수

p.s. 나?  나는 안성기씨가 좋다.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관심 없다. 안성기씨하고 라면 먹으면서 소줏잔 나누면 좋을것 같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