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1. 7. 22. 00:29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228045

 “이건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 한국 영화 ‘투사부일체’에서 무식한 깡패 중간 보스역의 정웅인이 뭔가 납득하기 힘든 일이 생길 때면 습관처럼 뇌까리는 대사이다. 그는 영어도 못하면서 마치 라스베이거스에서 몇 년 살다 온 사람처럼 아는 체를 하는데 그의 천연덕스러운 무식함에 관객은 실소를 하게 된다.

 한국에서 며칠 전에 ‘라스베가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지하철에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을 데리고 올라타자 어느 승객이 개를 데리고 지하철을 타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라며 소리를 지르며 비난을 했다고 한다. 아, 이 승객의 눈에는 개만 보였을 뿐, 그 개를 데리고 탄 사람의 상황이나 그 개의 특수성은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개가 사람을 보호하는 임무를 띈 존재라는 것을 알았던들 이런 소동을 피우지는 않았으련만. 눈을 떴다고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니, 모르면 봐도 못 보는 것이다.

 한국에서 방문한 엄마를 모시고 다니면서 나는 요즘 신체적으로 약하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엄마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시다. 그래서 어디에 구경을 가는 일이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지육신이 건강해서 남을 부축해가며 하루에 50킬로미터를 거뜬히 걷는 나로서는 거동이 불편해서 뭘 못한다는 상황을 상상조차 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초음속 비행기처럼 행동할 때, 엄마는 달팽이처럼 느리다. 그래서 우리 엄마의 별명은 ‘달팽이 엄마’다.

 엄마를 모시고 다니면서 나는 미국의 거의 대부분의 전시장에서 신체장애인을 위한 각종 시설을 마련해 놓았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뉴욕과 워싱턴DC, 리치먼드에 이르기까지 직접 엄마를 모시고 간 미술관들에서는 휠체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전시장 구석구석, 휠체어가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이따금 어느 구석 계단 몇 개를 오르내려야 하는 공간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휠체어 전용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져 있고 해당 자원봉사자의 기꺼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전시실 안내 서비스도 다양하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맹인 안내견이 전시장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은 말 할 나위도 없고, 그 외에 다른 특별한 서비스를 하는 개도 전시장에서 본 적이 있다.

 전에 내가 근무하던 플로리다의 어느 학교에서는 개가 ‘상담선생님’ 활동을 하기도 하였다. 개가 선생을 한다고? 투사부일체의 정웅인이라면 “이건 라스베가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 개는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었다. 아이들은 개에게 달려가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신세한탄을 하거나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으며, 개는 묵묵히 아이들을 돌봤다. 그 개는 아주 따뜻하고 자애로운 선생님이었다.

 윌리엄스버그에 가면 록펠러가의 여름 별장으로 사용되던 집이 일반 관객에게 공개된다. 언젠가 이곳에 갔을 때, 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어떤 사람을 만났다. 그는 록펠러 집을 소개하는 전문 안내원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모이기를 기다린 후에 우리들을 대기실에서 정원을 지나 본채로 안내했다. 그를 따라가면서 그제서야 나는 발견했다. 그가 흰 지팡이에 의지하여 우리들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그는 실수 없이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우리들을 집의 이곳 저곳으로 안내하며, 실내의 그림과 비품들을 마치 눈에 보이듯 설명해 주었다.

나는 록펠러 집을 구경하는 것보다, 시각장애 안내인이 눈 뜬 사람들에게 집을 보여주며 안내해주는 것에 반쯤 정신이 홀려 있었다. 그의 설명은 진지했고 성실했으며 우리들은 무
엇에 홀린 듯 그의 설명을 경청했다.

 “시각장애인이 그림 설명을 하고 집 안내를 한다고? 그것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군!” 이 세상에는 우리가 눈뜨고도 놓치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