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엄마2011. 7. 10. 00:37


엄마가 어제 연꽃 구경이 고단하셨나보다. 입술이 부르트셨다.  토요일은 찬홍이와 내게는 오후에 여러가지 행사가 있는 날이라서 분주하게 들락거려야 한다.  그래서 오전에 조지타운에 나가서 밥을 먹는 것으로 엄마의 오늘 행사를 잡았다.  (나는 매일 하루에 한가지씩은 엄마에게 뭔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려고 작정을 했다).

장소는 박선생과 찬홍이와, 친구와 들르곤 하는 조지타운의 식당.  정원의 테이블이 비어 있어서 그쪽에서 자리를 잡았다.  엄마와 찬홍이는 토마토 오믈렛을 주문했고, 나는 두부 샐러드를 주문해봤다. (두부 샐러드는 오늘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각종 '베리' 종류를 담은 과일 한그릇. (strawberry, blueberry, raspberry).  아이스티~

엄마는 접시에 담긴 모~든 음식을 싸그리 비우셨다.  (놀라운 일이다).  엄마는 나처럼 비위가 약해서 서양 음식을 잘 못 드신다. 그래도 가끔 서양식당에 모시고 가는 이유는, 이질적인 문화라도 조금은 경험을 해 보는것이 외국에 나갔을때 해 볼수 있는 것이라서 그렇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은 '학습'이다.  가만히 엎드려서 자기가 아는것만 되풀이해서 경험하는 것 보다는 낯설어도 자꾸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이 건강에 좋다.  그래서 외국식당에 갈때는 엄마한테 먼저 다짐을 하고 간다, "엄마, 오늘 가는데는 서양 식당이니까, 엄마 입맛에 잘 안맞을지 몰라. 기대는 하지 말고, 그냥 미국 구경하는 셈 치고 가보셔. 어차피 밥하고 된장국은 집에서 먹으면 되는거니까..."

그런데 엄마는 접시에 날라져온 오믈렛과 야채 샐러드와 빵과, 그리고 따로 담겨나온 과일을 아주 '싸그리' 해 치우셨다. 찬홍이 왈, "할머니하고 나하고 무시무시하게 먹었다!"


엄마가 모든 음식을 해치울수 있었던 이유는, 이 집에서 제공하는 오가닉 잼에 있었다. 이집에서는 유기농 식품이라는 딸기잼, 자두잼, 피넛버터 세가지를 병에 담아 무한 제공한다.  그런데 내가 엄마 접시에 담아 드린 세가지 잼에 엄마가 맛을 들이셨다. 잼이 개운하고 맛있는거라~  잼이 너무너무 맛있으니까, 나중에는 저기 접시에 담겨있는 빵을 다 먹어 치운 후에도 맨 잼을 퍼 잡수셨다.  하하하. 


이집에서 제공하는 빵이 구수하고 좋은데, 껍질이 딱딱해서, 내가 살만 파서 엄마를 드리고, 나는 껍데기 부분만 먹었다. 엄마의 테이블 매너도 많이 좋아지셨다 (물론 가끔 실수는 하시지만, 그래도 엄마는 배운대로 하려는 노력과 의지를 보여주신다.)


엄마가 그 잼이 너무너무 맛있다고 하셔서, "집에 사갖고 갈까? 나 없을때 엄마가 이걸로 빵하고 먹을까?" 했더니 그러라고 하신다. (되게 맘에 드셨군...).  "몇병 사서 한국에도 싸갖고 갈까?" 하고 물었더니, "비행기에서 안깨지까?" 하고 걱정을 하신다. 다시 말해서, 한국에도 갖고 가고 싶다는 뜻이다.  엄마의 화법이 그런 식이다. 한국에도 갖고 가? 하고 물을때 '그래, 갖고 가자'가 아니다. '비행기에서 안깨지까?' 하는것이다.  엄마의 이런 화법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우리 언니이다. 우리언니는 마치 아기 엄마가 아기를 이해하듯, 그렇게 엄마의 화법을 이해한다.

깔깔대고 웃으며 야외 테이블에서 즐거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시 조지타운 시내를 산책하였다.


식당에서 산 잼병 보따리를 들고 서있는 찬홍이.(잼을 다섯병이나 샀으니깐...)
내 동생이 사드린 엄마의 파란 모자가 챙이 넓어서 이렇게 볕이 뜨거운날 쓰고 다니기에 참 좋다.



조지타운 행차를 마치고 돌아 오는길, 길에서 농부가 수박을 팔길래 그것도 한통 사가지고 ~
엄마는 집에 오자마자 매일 먹는 약을 꺼내 드시고는, 벌써 침대에 누워 세상 모르고 주무시고 있다. 날이 뜨겁다. 여름 한낮의 달콤한 잠이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