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엄마2011. 6. 24. 08:02

엄마의 워싱턴에서의 첫 일정은, 일단 워싱턴이 얼마만큼 큰 도시인지, 겉에서 살펴보기.
한강 유람선을 타고 서울의 크기를 가늠하듯, 워싱턴 포토맥강 유람선을 타고 워싱턴을 바깥에서 조망하는 것입니다.

오전에 밥을 먹고, 30분쯤 차를 달려 Old Town Alexandria 에 도착. 이곳에는 Torpedo Art Center 라는 명소가 있는데, 포토맥 강변에 위치한 예술가들의 아트 스튜디오 건물입니다. 1층부터 3층까지 빼곡한 스튜디오에 입주한 아티스트들이 스튜디오를 개방하고 현장에서 작품을 판매하기도 하는 곳입니다.

엄마가 거동이 불편하신 관계로, 거리를 돌아다니며 유적지를 살피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걸음을 최소화 하면서 유쾌하게 구경할 곳을 집중적으로 다니게 될 것입니다.

오늘 엄마가 구경하신 곳은
 
1. 알렉산드리아 토피도 아트 센터 : 11시 반부터 오후 세시 반까지. 아트 센터 구경하고, 근처 스타벅스에서 간단히 점심.

2. 오후 세시반부터 다섯시 반까지 알렉산드리아 -- 조지타운을 왕복하는 유람선: 여기서 조지타운까지 배를 타고 가면서 워싱턴 디씨 시내를 선상에서 살펴보는 것입니다.  엄마는 이제 워싱턴 도시 이름이 미국의 초대대통령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배웠으며, 미국에서는 역대 대통령에 대해서 사람들이 경의를 표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3. 유람선에서 내려서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임세팔군이 다니던 St. John's School 에 들러서 손녀딸이 다니던 학교를 구경하였습니다. (전에 박선생이 살던 2층집도 구경하였습니다.)


대략 이와 같습니다.

아래는 사진들입니다.

이곳이 포토맥강변에 있는 아트 센터 건물 내부입니다. 얼핏 평화시장 옷가게들처럼 보이는 내부 구조. 미로처럼 이어진 통로에 화가들의 개인 스튜디오들이 있습니다.



엄마 목에 새로운 목도리가 둘러져 있습니다. 1층의 어느 스튜디오에서 아티스트가 직접 제작한 실크 스카프를 엄마가 직접 골라서 사신것입니다. 언니가 사드린 옷과 한세트를 만들겠다는 야심과 집념의 결과 입니다. 이곳은 피곤하면 쉴수있는 의자들이 많이 있어 노인을 모시고 오기에 참 좋습니다.




창밖에 포토맥강을 내려다보는 화가의 스튜디오입니다.  이 스튜디오의 화가와 인사도 나누고, 엄마도 이제 미국 사람과 인사하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만났을땐 '헬로' 하면 되고, 헤어질땐 '굿바이' 하면 됩니다. 누군가 웃으면서 친절을 베풀면 '땡큐' 하면 됩니다.  엄마는 이 세가지를 익혀서 사람들과 인사를 했습니다.




아트센터 바로 앞에 유람선 선착장이 있습니다.
재승엄마가 사드린 파란 모자를 쓰고 있는대로 폼을 잡고 서 계십니다.



엄마의 센스가 드러나는 대목. 엄마에게는 언니가 사드린 명품 가방도 많지만, 워싱턴에 오실땐, 내가 사서 부친 알록달록 나이롱 가방을 갖고 오셨습니다. 사보낸 사람을 기쁘게 해주겠다는 '저의'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파란 모자는 막내 며느리, 드레스는 큰딸, 가방은 작은딸. 특등석 비행기는 큰아들, 세상에 부러울것이 없는 유여사로 보입니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 사진을 찍으며 놉니다. 우리 셋이 모두 들어있는 사진입니다. 찬홍이와 나도 들어있습니다.




날이 더우니까, 다시 아트 센터 현관에 들어가서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쐬며 놉니다.



낙서판에서 낙서도 하고 놉니다. 파란 모자를 쓴 엄마는 얼핏 소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허리가 구부정한것이 난관이로군요. 그래도 스타벅스 아이스커피를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미국 오더니 세련되어 지셨습니다. 아이스커피를 벌컥벌컥.



드디어 배를 타고 강바람을 쐬며 조지타운쪽으로 향합니다.



날이 더우니 시원한 1층 실내로 들어옵니다. 멀리 케네디센터와 워터게이트 건물이 보입니다.



유람을 마치고 조지워싱턴 하이웨이를 달려 집으로 오는길, 하이웨이 중간에 전망대에 멈췄습니다. 저기 맞은편 내려다보이는 강 기슭이 내가 자주 산책하러 나가는 Fletcher's Cove 입니다. 엄마에게 '저기도 데려다 줄게'라고 설명을 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전에 살던 2층집 앞을 거쳐서, 임세팔이 다니던 학교에 차를 세웁니다. 엄마는 외손녀딸이 다니던 학교를 둘러보고, 예배당 안에 들어가서 구경도 합니다. 임세팔이가 이 사진을 본다면 아주 기뻐하겠지요.


성당 가운데 꽃이 가득한 정원입니다. 임세팔이가 매일 이곳에서 뛰놀았겠지요. 그자리에 외할머니도 서 봅니다.  엄마는 오늘 아주 많은 일을 했다고 의기양양하십니다. 따뜻한 목욕물을 받아서 목욕을 하시게 하고, 잠자리에 들게 하면, 오늘 나의 임무는 성공리에 완수되는 것입니다.



엄마가 건강하게, 즐겁게 워싱턴에서 시간을 보내시니 참 감사한 일입니다.

오빠, 언니, 동생이 이렇게 우리 엄니를 사랑하고 보살펴서 여기까지 보내드리니 참 고맙고, 또 고맙고 그렇습니다. 이렇게 사진이나 찍어 올리면서 나는 폼만 열심히 잡는 날건달입니다만. 그래도 이런 자식도 하나 있으니 우리 엄니는 이래저래 신나는 인생입니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