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Art History Sketch2009. 10. 15. 08:45

Jackson Pollock (Artists of the 20th Century)

 

잭슨 폴락 디비디가 도서관에 보이길래 빌려다 보았다.  내가 미술관을 다니면서 본 폴락의 작품은 그의 후기 (완성기)의 작품들이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초기의 그의 습작부터 점진적으로 변화해가는 전 과정을 살필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니까, 내가 알고 있는, 혹은 내가 좋아하는 그의 대작들은 '완성기'에 해당하는 것들인데, 그 이전에 그가 시도했던 과정중의 작품들은, 사실 내 취향이 아니다 (내 취향이 변할지도 모르지만, 현재는 그러하다).  잭슨 폴락은 피카소의 큐비즘의 영향을 받았고, 그 영향으로 미국땅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마스크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을 그의 그림에 등장시키기도 한다.

 

미술관들을 소풍삼아 돌아다니다 보니, 근래에 미술작품에 대한 내 취향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나는 (1) 사실주의화 (2) 색깔위주의 극단적 추상화 앞에서 안도하고  오랜 시간을 머물지만, 큐비즘 계열의 그림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지나쳐 버린다는 것이다. 뒤샹의 '계단을 내려오는 모델' 같은 작품을 비롯한, 피카소나 브라크의 입체파 작품들은 내게는 '피곤하다.'  예각으로 면을 분할하여 조각조각 내 놓은듯한 화면을 보면 나는 골치가 아파지고, 그리고 '분노' 같은 것을 느낀다.  그리고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혹은 창녀들)의 그림에 나타나는 아프리카 가면같은 괴이쩍은 얼굴 모양도 내 맘에 안든다. 그림속에 샤머니즘적 무시무시하거나 괴상한 가면같은 얼굴이 등장하거나 흩어져 있으면 나는 외면하고 얼른 지나치는 편이다.  왜 그것이 싫은가 묻는다면 따로 설명 할 길이 없다.  이는 고기를 잘 못먹는 내게 '왜 고기를 못 먹는가?' 하고 묻는 것과 같을 것이다.  "너 왜 소세지를 못먹지?" 하고 물으면 난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냥 안먹는거다.  "너 왜 그 대단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그림이 싫은가?" 물으면 난 할말이 없다. 그것이 미술사적으로 얼마나 획기적인 사건인가는 논리적으로 알고 있고, 설명도 잘 해낼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그림이 싫다.  프랑스계 미국 미술가인 브르주아의 작품들도, 설명할 길이 없어 난감하지만 기분나쁘고 싫다.  미술적 가치를 설명하라면 마지 못해 설명을 할 수는 있지만, "너 가질래?" 그러면 나는 "나 주면 내다 팔을래" 하고 대꾸할것이다.

 

그래서 잭스 폴락의 그림 세계를 시기별로 살피면서, 내 맘에 들었던 작품들은 초기의 사실주의적 화풍을 유지하던 작품들, 그리고 말기의 추상화들이다.  나는 폴락이 피카소를 흉내내던 시절에 요절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결국 여러가지 실험을 거쳐서 자기 세계를  찾는데 성공 했으니까.  하지만, 또 한가지 내가 깨달은 것은,  내가 좋아하는 그의 말기의 작품들 속에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그의 '각종 실험적' 요소들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큐비즘적인 요소, 혹은 원시 샤머니즘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 없이 폴락이 정상에 오를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 점을 나는 기억해야 한다.  왜냐하면...내가 내 삶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나 역시 실험적인 노력들을 기울여야 하는데, 때로는 설령 그것이 고통이거나, 일탈이거나, 혼돈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그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지...  터널의 끝에, 빛의 세계가 있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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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