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1. 6. 16. 20:52


어제 (6월 15일) 밤 아홉시 쯤에 포토맥 강 위에 걸린 달 (알렉산드리아의 호텔 건물이 보인다).  처음에는 쟁반같이 커다란 달이 술에 취한 농부처럼 붉그레 했다.  찬홍이 설명으로는 개기월식이 지나가면서 그림자가 아직 남아 있어서 붉게 보인다고 했다.

붉던 달은 점점 밝아졌다.  조지타운 하버에 다다를 즈음 달은 밝고 투명해졌다. 강물에 비친 달 그림자도 투명하였다. 달의 왼편 아래로, 하얗게 뾰죽 솟은것은 워싱턴 마뉴먼트.

 








 



우리는 밤 열시까지 조지타운에서 강바람을 쐬다가 조지타운의 시계가 딩딩 울리며 열시를 알릴때 집으로 향했다.



도시의 불빛 속에서도 달이 이렇게 밝으니, 불빛이 없는 숲속에서는 어떠하겠는가?  나뭇잎 사이로 달이 보일때, 태양처럼 눈이 부실 정도였다. 달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속에서는 반딧불이들이 일제히 날아 올랐다. 반디들이 내 눈앞에서 깜박일때 나는 그 메시지를 읽어보기도 하였다.  (내 맘대로 생각나는대로 좋은 생각만 하면 된다).

여름 밤
강물
하늘에 달
숲길
그리고 날아 오르는 반딧불이들.

이곳 반딧불이는 어찌나 순한지, 날아 다니는 것을 내가 슬그머니 두손으로 공처럼 만들어 잡아도, 겁을 내지 않고 깜빡인다. 혹은 날아다니다가 내 셔츠에 앉기도 한다. 꽁지에 등을 달고 날아오르는 곤충들.  반디가 숨을 쉬듯 깜박일때마다 나는 희망적인 생각들을 해 내려고 애쓴다.

옛날에 윤동주 시인은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를 새겼다. 사람들은 그렇게 했다. 나는 날아오르는 반디불이들의 등불에 내 사랑과 쓸쓸함을 날려 보냈다.  반딧불이들은 하느님이 지상에 내려보낸 별 들이다.

등뒤에 달이 따라왔다. 나는 달빛에 비친 내 그림자를 앞세워 걸었다. 이렇게 달이 질 때까지, 아침이 올때까지 계속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찬홍이 데리고 밤새 걷기에 한번 도전해 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했다. 밤에 출발하는거야. 그래서 한 네시간쯤 서쪽으로 걷는거야. 그리고 네시간쯤 후에 동쪽으로 돌아오면,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걷게 되겠지...(그거 해보고 싶다. 밤새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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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