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1. 4. 27. 11:16




어제 셔틀버스를 신청했는데, 오늘 코디네이터에게서 연락이 왔다.  인원이 다 차서 '너희들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다른 방법을 찾아 보기바란다는 매우 친절한 이메일이었다. 

셔틀버스 없으면 나는 꼼짝을 할 수가 없다. 우리집에는 운전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 뿐이고...누군가 나를 위해서 운전을 해 줄 사람이 없다.

본래 계획은 디씨 시내의 메트로 역에 차를 주차시키고 거기서 대기하고 있는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점으로 이동한다. 30마일 (50 킬로)를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는, 셔틀버스를 타고 내 차가 있는 메트로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셔틀버스가 없으면, 내가 그 야심한 밤에 웨스트버지니아의 산골짜기에서 디씨 시내의 내 차까지 무슨 수로 온다는 말인가?

집에와서 저녁 여섯시에 이메일을 열어 본 나는 순간 '패닉'에 빠졌다.

부랴부랴 메일링 리스트에 이메일을 올렸다. "나 라이드가 없어서 이 계획이 무산될것 같아. 누군가 도와주시길~"

이메일 올린지 10분도 안되어서 두 사람이 개인 메일로 답을 해 왔다. 너를 '출발점'까지는 태워다 줄수 있어.  이 말은, 디씨 메트로역에서 출발지점 까지는 태워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30마일 걸어올라가서 다시 돌아올때는 어떻게 해?)

내게 친절한 응답을 한 분들중에 한분은 아메리칸 대학의 교수. 내가 허구헌날 나가는 포토맥 애비뉴 근처에 사는 분이었다.  그 역시 나처럼 허구헌날 포토맥 강변을 서성이는 일당이었다.  내 차를 자기 집 앞에 세우고 함께 차를 타고 가면 된다고.   또 한분은 정확히 메트로 역에서 나를 픽업하겠다고 했다.  나는 메트로역에서 픽업 하는 분의 차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내 차를 메트로 역에다 놓아두는 편이 편리하기 때문에. .., 나중에 밤에 돌아오는 차편을 얻어 탈때 메트로역으로 올 가능성이 크니까. 

그래서 일단 출발점에 가는 차편을 구해놓고,

돌아오는 차편을 어떻게 구할것인가 골몰했다.

셔틀버스 코디네이터에게 다시 이메일을 보냈다.  "중간에 탈락자도 생기고, 올때는 다른 차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는것 같던데, 돌아오는 셔틀버스에는 내가 탈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좀 한번 고려해보면 어떨까? "  

한편으로는 그룹 메일링 리스트에 다시한번 메일을 올렸다: "내가 귀환 버스를 못구해서 장거리 워킹을 포기한다고 하면, 아마 한국에 있는 내 가족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나를 거짓말쟁이 취급을 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겨우 30 마일 거리의 차편을 못구하는 일 따위는 절대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어떤 면에서 참 이상한 곳이다. 30마일 걷는 일은 아무것도 아닌데, 돌아오는 대중교통 수단을 구하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가. 이 자동차 공화국에서 나는 내 차를 갖고도 왜 이렇게 불편하게 살아야 하는가.  내가 걷기 문제가 아니라 차편이 없어서 걷기를 포기한다면 이거야 말로 블랙코메디이다.  모두가 나를 '핑계쟁이'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신세한탄을 공개적으로 하고 홧김에 수박을 때려 먹고, 분이 안풀려서 파인애플을 통째로 우적우적 먹은 후에 배를 두드리며 컴퓨터 앞에 앉으니  셔틀 코디네이터에게서 이메일 답이 왔다.  "너를 귀환하는 버스 승객 명단에 올려 놓을게, 차비를 현금으로 준비해 갖고 와라."

아, 그래서 약 네시간 만에 셔틀버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문제는 발생했지만, 문제 해결 과정에서 친구도 생기고, 친절한 영혼들도 만나게 되어서 한편 보람도 있다. ) 아, 피곤해...


천하무적 혁필선생.

(아 수박이나 마저 때려먹고 잠이나 ~ 드르렁 드르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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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