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1. 4. 8. 18:09
체사피크&오하이오(C&O) 트레일의 일부 구간. 오른쪽에 수로가, 왼편에 포토맥강이 펼쳐진 길이다.
체사피크&오하이오(C&O) 트레일의 일부 구간. 오른쪽에 수로가, 왼편에 포토맥강이 펼쳐진 길이다.
1. 조지타운 수로변 사진.
1. 조지타운 수로변 사진.
2. 봄 한철 내내 똑같은 길에 나가 걸으면서 거위들이 부화하여 자라나는 것을 관찰한 적도 있다. 포토맥 강변 거위가족 사진.
2. 봄 한철 내내 똑같은 길에 나가 걸으면서 거위들이 부화하여 자라나는 것을 관찰한 적도 있다. 포토맥 강변 거위가족 사진.
3. Chesapeake & Ohio National Park 조지타운 입구.
3. Chesapeake & Ohio National Park 조지타운 입구.


[길따리 사색하는 이은미의 자연여행] 꽃피는 봄, 온 가족 함께 걸어요
북VA·워싱턴 DC 산책코스 5곳 어때요
기사 링크: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179797

꽃피는 계절, ‘걷기족’들의 계절이 돌아왔다. 인류가 두발로 서서, 손을 사용하여 ‘도구’를 만들게 된 이후로 비약적인 발전이 있다고 문화인류학자들이나 진화론자들은 풀이한다. 수렵 채취 시절의 인류는 생존하기 위해 하루 평균 12마일을 걸어야 했다고 한다. 두 다리를 이용해 걸으면서 인간의 두뇌가 진화를 거듭했기 때문에, 우리의 두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열심히 걸어야 한다고 역설하는 인지과학자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북 버지니아, 워싱턴DC의 주위에는 포토맥강을 중심으로 수려한 풍광이 펼쳐져 있다. 도시 생활을 하는 걷기족들에게 이곳은 하늘이 내려준 축복의 땅이라고도 할만하다. 짧게는 한두 시간, 넉넉하게는 서너 시간, 혹은 한나절 마음 편하게 걷기에 좋은 장소를 몇 군데 소개하고자 한다.

◇추천할만한 트레일 5 가지

▷내가 가장 자주 나가서 걷는 곳은 워싱턴DC의 플레처스 커브(Fletcher’s Cove)에서 조지타운 하버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대략 왕복 7마일쯤 되는 이곳을 두 시간 정도 걸으면 몸도 마음도 가뿐해진다. 사실 이 구간은 체사피크&오하이오 내셔널 히스토릭 파크(Chesapeake & Ohio National Historic Park)의 일부인데, 멀리 오하이오까지 연결된 흙 길로 전체길이 184.5마일에 달하며 전 구간을 자전거나 도보로 통과하는 것이 가능하다.

내가 조지타운 하버까지의 구간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조지타운 도심의 책방에 들러 잠시 쉬면서 독서를 하다가 돌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곳의 왕복 20마일 구간을 온 가족이 함께 걸은 적도 있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던 날 이어서, 괴롭고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곳의 빌리 고우트 트레일(Billy Goat Trail)도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이다. 일부 바위 구간이 나오지만 위험하지 않아 어린이들도 좋아하는 트레일이다.

▷리버벤드 파크(Riverbend Park)에서 크레이트 폴스 파크(Great Falls Park)로 이어지는 강변 숲길은 왕복 4마일쯤 된다. 이 트레일의 특징은 폭포의 상류에 있어서인지 강이 호수처럼 고요하며, 강을 바로 발치에 두고 산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은 고요한 정원 같아 사색하기에 좋다. 버지니아에서 그레이트 폴스 공원에 입장하려면 주차비를 내야 하지만, 리버벤드 파크는 입장료, 주차비가 무료다. 따라서 리버벤드 파크 트레일을 통해 그레이트 폴스로 진입할 경우 주차비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가볍게 한두 시간, 강변의 말랑말랑한 흙 길을 산책하기에는 이곳이 참 좋다.

▷워싱턴DC에서 메릴랜드의 베데스다를 통과하는 캐피털 크레센트 트레일(Capital Crescent Trail)도 추천 할만하다. DC의 조지타운 하버를 기점으로 한 이 초승달 모양의 트레일의 총 길이는 11마일. 이 트레일을 왕복하면 22마일을 걷는 셈이다. 나는 어느 날 여섯 시간쯤 걸려서 혼자 22마일을 걸은 적이 있다. 이곳의 특징은, 번화가인 조지타운 하버에서 시작해, 역시 아름다운 도시 베데스다를 통과한다는 것. 특히나 벚꽃이 피는 계절에는 베데스다의 벚꽃 군락지를 통과하게 된다. 트레일을 따라 걷다가 만나는 벚꽃의 감동은 평생 잊기 어려운 장면이다. 숲과 도시가 어우러진 트레일이라서 중간에 카페에 들러서 음료수 한잔으로 피로를 달래고 마저 걷기에도 좋다.

▷페어팩스의 버크 레이크(Burke Lake) 트레일은 인근 한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장소다. 트레일 전체 길이는 4.7마일. 걸음이 느린 사람이라도 호수를 끼고 한 시간 반 정도 쉬엄쉬엄 산책을 할 수 있다.

▷터키 런 파크(Turkey Run Park)는 왕복 4마일 거리의 ‘비밀의 화원’ 같은 곳이다. 발이 빠른 사람이라면 한 시간에도 왕복이 가능하고, 쉬엄쉬엄 사색하며 걸어도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한데, 숲이 너무나 우거져서 여성 혼자 가기에는 어쩐지 불안할 수도 있겠다. 가족들이나 친구들 두 세 명이 함께 가실 것을 권한다.

▷워싱턴DC 인근의 포토맥강은 양안 모두 자연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어 자전거족이나 걷기족이 걸어서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포토맥 강변 어디에서 출발해도 우리는 온종일 강바람을 쐬면서 실컷 걸을 수도 있고 혹은 일부 구간만 산책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트레일 산책을 나갈 때의 주의사항과 요령

▷강변이나 호숫가의 숲길로 산책을 나갈 때는 편안한 운동화에, 간편한 운동 복장, 그리고 썬블락 크림을 바르고 모자, 장갑 등을 착용하면 좋다. 휴대전화도 챙기고 가족에게 어디에 가는지 정확히 고지하면 비상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자동차에는 여분의 물을 항상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자그마한 배낭에 물, 간식을 챙겨서, 걷다가 목마르거나 허기 질 때 요기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배낭이 귀찮다면 지퍼가 달린 옷의 주머니에 별도로 귀중품을 보관하는 것이 좋다. 나는 은행카드를 재킷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숲에서 잃어버린 적도 있다.

▷산책을 꾸준히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트레일 산책 일기를 작성하는 것이다. 나는 산책 할 때마다 트레일 구간을 적고, 소요시간, 거리를 간략하게 메모하는 편이다. 그러면 한 달 단위로 내가 얼마나 걸었나 통계도 낼 수 있고, 걷기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는 효과도 있다. 카메라로 풍경 사진을 찍고, 가끔 만나는 신기한 새들의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 블로그에 소개하기도 한다.

◇걷기 관련 서적

걷기와 관련된 책으로 60 Hikes within 60 miles (2nd Ed.) Washington DC including suburban and outlying areas of Maryland and Virginia 을 추천할 만하다. 한 때 이 책을 친구 삼아서 열심히 찾아 다녔었다. 한국어 번역서도 나온 빌 브라이슨의 A Walk in the Woods (나를 부르는 숲)’ 역시 걷기족들을 유쾌하게 해주는 필독서라고 할만하다.

◇관련 웹사이트 링크

이 글에 소개된 트레일들을 살펴볼 수 있는 웹 페이지들

http://www.nps.gov/choh/index.htm

http://www.fletcherscove.com/

http://www.midatlantichikes.com/id163.html

http://www.fairfaxcounty.gov/parks/burkelake/burketrails.htm

http://www.cctrail.org/

http://www.fairfaxcounty.gov/parks/riverbend/trails.htm

http://www.nps.gov/gwmp/turkey-run-park.htm



나는 위크엔드 한면을 상상하면서 글을 써서 송고를 했는데, 신문을 받아 보니 두면에 걸쳐서 큼지막하게 편집이 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사진이 뭐가 적당할지 몰라서 -- 골라서 쓰시라고 여러장 보냈는데, 그것들을 대부분 면에 수용을 하면서 면을 두배로 늘려 놓았다.  (놀라워라)

자전거가 들어간 표지 사진. 내가 꽤 좋아하는 사진인데, 그거 보내면서 '걷기 기사'에 자전거가 좀 안맞지... 하고 걱정을 했었다. 그것이 이렇게 크게 편집이 될 줄은 몰랐다.  조지타운 사진과 국립공원 안내판 사진은 며칠전에 찍은 것이고, 강변의 봄 사진들은 전에 (동일한 계절에) 찍었던 것들이다.

내가 아끼는, 내가 찍은 사진들과 내 글이 신문에 함께 실리니 기분이 좋다. 난 뭐든지 내손으로 뚝딱거리고 해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다. 내가 너무 좋아 탄성을 지르며 사랑하는 것들을 이렇게 신문 매체에 실어보는 것도 참 재미있다. 마치 연인을 친구들에게 공개하는 듯한 기분.  헤헤. 나의 이 헛되게 걸어 돌아다니는 취향은 우리 할아버지의 유전자일 것이다.  면 편집을 내가 상상한 것 보다 더 잘 해주셔서 편집자께도 감사한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