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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9.07 십일조를 낸다 아니다 내지 않는다
Diary/Life2018. 9. 7. 11:09


나는 몇해 전, 죽을때까지 예수님을 향한 기도를 멈추지 않을 것임을 작정했고, 가급적이면 일요일 예배에 꼬박꼬박 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제법 신통하게 모범적으로 잘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 '십일조'를 진짜로 '십일조'로 낸 적은 한번도 없다.


십일조면 십일조지 진짜가 어딨고 가짜가 어딨는가?


십일조는 원래 내 수입의 1/10을 내는 것이 십일조다.  왜 그렇게 내야 하는데?  구약에 명시되어 있으니깐. 


그러면 뭐가 문제인데?


전에, 평생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가 요즘은 통 교회에 안나간다는 직장 동료와 교회 다니는 얘기를 하는데 그가 내게 물었다, "십일조는 잘 내시죠?"  이에 대한 내 대답은, "그...그것이...글쎄요...낸다고 할 수도 없고, 안낸다고 할 수도 없고..."


나는 내 수입의 1/10을 내가 교회에 바쳐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다.  뭐, 세금도 많이 뜯기니까, 하느님께서 시키시는대로 내라면 내면 그만인데, 그런데 좀 미심쩍다.  뭐가?  내가 정말로 수입의 1/10 십분지일을 교회에 내면 하느님이 기뻐하실까?  (갸우뚱) 교회 주인아저씨가 기뻐하는것이 아닐까?


나는 우리 예수님이 나때문에 돌아가신게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서, 예수님이 뭐 내라면 다 내겠지만, '다른 사람'은 절대 안 믿는다.  목사는 인간이기때문에 목사를 전적으로 신임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의 교회구조에서, 목사님이 마치 개인사업하듯이 '내 교회'라는 의식을 가지고 떵떵거리며, 교회 사업이 잘 되면 그 교회 사업을 자식, 손자에게 대물림하는 현상을 자주 목도하기 때문에, 어딘가 교회 주인아저씨에게 삥뜯기기 싫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신도가 십일조 낸것을 사리사욕을 위해 착복하면, 그것은 하느님이 알아서 벌 주실거고, 너는 신자로서 너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거라고.  나는 그 사람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교회당 주인아저씨의 배를 불리지 않으면 그들은 타락하지 않을 것이다.  뭐 타락 시켜놓고 천벌 받으라고 하기보다는, 타락의 여지를 만들지 않는게 착한 일 아닌가?



딱히 현재 문제가 되는 '명성교회'뿐만이 아니다.  어느 교회에 원로 담임목사 (그 교회당 개척해서 크게 일군 주인아저씨)가 있고, 부목사가 있고 그럴경우, 내가 보면 그들의 관계가 착실한 주종관계처럼 보인다.  담임목사는 제왕같고 그가 월급주는 (사실 그가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닌데...) 부목사는 그 앞에서 쩔쩔매는 하인이다. 옛날에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이 그랬을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 나는 그래서, 어떤 개인이 정서적 Ownership을 갖는 (법적으로 자기것이 아니라해도 정서적으로 이미 자기것이고, 주변 사람들도 대충 그렇게 넘어간다) 그런 조직을 나는 온전히 '하느님의 교회'라고 보지 않는 편이다.  그런 사람을 나는 그냥 '건물 주인아저씨'라고 보는 편이다. 사실 그가 주인도 아니다. 이건 마치 삼성이 이재용것이 아닌데도 이재용이가 주인인것처럼 군림하는 것과 일치한다. 내가 뭣하러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고 번 돈을 '교회 건물 주인아저씨 행세를 하는' 사람이 타락하는데 갖다 바치는가?  남을 타락시키면 안된다. 하느님도 기뻐하지 않으신다. 나는 담임목사와 부목사가 서로 동등하고 당당하길 바란다. 부목사님이 어딘가 쩔쩔매는 자세를 취할때 바라보는 입장에서 유쾌하지 않다. (내 시선이 삐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위계질서가 대단한 조직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나는 목사님들을 언제든지 타락에 빠질수 있는 나약한 인간으로 보고, 그분들을 내 신앙생활의 '조력자'나 '지도자'로 보는 편이지 어떤 신성한 존재로는 보지 않는 편이다. 큰 기대도 없고, 별로 나를 실망시키지도 않는다 (애초에 기대가 별로 없으니까). 가능하면 그분들의 노고를 존중하고 예절바르게 대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내가 십일조를 안바친다고 할 수도 없다. 나는 매달 일정액을 '십일조'의 이름으로 교회에 언라인 송금을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액수이다. 교회라는 하나의 커뮤니티 (공동체)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목사님들의 생계를 위한 월급도 나가야 하고, 선교도 해야하고, 교육도 해야하고, 경비가 들것이 확실하고, 내가 그 교회의 구성원이므로 일정부분 구성원으로서 '회비'를 내는 것이 마땅하다.  딱 그정도를 낸다.  만약에 우리 교회 목사님이나 장로, 권사 이런 분이 내게 "당신, 버는게 이것밖에 안되오? 십일조, 수입의 십분지 일을 내시오!" 이러면 나는 십일조라는 이름으로 매월 일정액 내는 것을 중지할 생각이다. 그 액수만큼 내가 생각하기에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만한 곳에 보내면 된다.  그렇다고 교회를 옮길 생각도 없다. 내가 하느님과 대화하고 기도하러 교회다니지 뭐 사람 만나러 교회가는게 아니니까. 사람이 싫어도 나는 교회 간다. 



내가 볼때, 명성교회라는 저 괴물을 만든이들은 문제의 목사들뿐만이 아이다. 문제의 애비와 그 자식 외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명성교회를 쓰레기통으로 만드는데 한몫씩 한거다. 왜 저런 인간에게 돈을 쓸어다 바쳐가지고 저런 괴물을 만들어 놓은건가? 저것들이 돈 때문에 저러는거지, 교회가 오막살이에 빚투성이라도 대물림한다고 난리굿을 할까.


아무튼, 나는 내 식으로 내가 정한 - 하느님께 여쭙고 내가 결정한 십일조를 꼬박꼬박 낸다. 


그런데, 어쨌거나, 그 거의 평생을 열심히 교회에 다니다 최근 때려치고 자유주의자가 된 그 사람과 십일조에 대해서 좀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물었다. "그런데 그 정말로 수입의 십분지일에 해당하는 십일조를 낼때, 그게 세전인가요 아니면 세후인가요?"  Before tax냐 after tax냐 궁금했던거다.  그 과거에 독실한 예수쟁이였다가 지금은 무신론자가 된 그 분은 아주 엄격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Before Tax입니다. 일단 세전 총액에서 십분지일을 계산해서, 그걸 내야 하는겁니다."  그는 무신론자가 되기로 하기 직전까지도 평생 엄중한 Before Tax 십일조를 내 왔다고 한다. 나보고도 진정한 크리스챤이라면 그렇게 내야 한단다. 헤헤헤. 나의 예수님은 그런거 신경 안쓰시는것 같더라, 뭐. 나는 내가 백수라서 땡전 한푼 안 벌고 놀때도 내가 정한 십일조는 냈다. 나하고 내 하느님과의 관계에 남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아무도 흔들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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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