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8. 8. 28. 17:43

https://news.joins.com/article/22921083


변호사 강용석씨가 청와대에서 게시한 사진 한장을 가지고 분탕질을 다시 시작했다.  애석한 일이다.  나는 강용석씨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그가 참 잘 나가던 시절) 그가 언론매체에 소개된 모습을 보면서 '참 똑똑한 일꾼이 하나가 등장했다'고 생각했었다.  정치적인 방향이 다르더라도 인재임은 분명했다.  그가 몇 마디 말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질때도 약간 애석한 마음도 들었었다.  크게 될 수 있는 사람이 엉뚱한 실수로 헛발질을 하다 넘어지는 것을 보는것이 안타까웠다.  내가 그에게 일말의 애정이나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그가 흙수저 출신으로 입신양명한 수재였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개천에서 용이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다.  그는 개천에서 난 용처럼 보였는데, 승천하지 못하고 계속 괴상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런데, 용석씨, 당신이 요즘 사진 갖고 시비거는 것은 사실 당신 수준에 맞는 행보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사진 구도는 거기서 거기다. 웨딩사진에는 신랑신부가 반드시 들어가고 대개 비슷한 포즈를 취한다. 그런 것을 카피라거나 따라하기라고 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집무 관련 사진들도 대개는 거기서 거기다.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고, 그래서 누가 누구를 따라 했다고 트집 잡는 일도 없다.


다음 사진들을 보자. 

옛날 옛적 아들 부시 대통령 시절의 사진이다. 대통령 집무실 테이블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인터넷에서 업어왔으니, 페이지 열어보면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 찍은 것인지 설명이 나올것이고, 나도 당신만큼 영어는 되니 설명 못할것도 없지만, 별 관심 없어 패쓰한다.



이건 뭐냐구? 클린턴 대통령 시절이지 뭐.  왼쪽에 엘고어 부통령도 보인다. 나머지는 관심 없고. 


자, 이건 뭐냐?  오바마 대통령이 제복 입은 여성들에 둘러싸여 있는 장면이다. 뭐, 포즈가 거기서 거기다. 두손 모으고 있던가, 비스듬히 있던가.  당신은 이 사진과 트럼프의 사진을 비교하며 --트럼프는 따라쟁이야! 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은가?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뻔하고 뻔한 의전적 사진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뭐 따라쟁이 소리 듣지 않기 위해 대통령이 물구나무를 서야 하는걸까? 아니면 뭐 주위 사람들이 모두 요가 자세라도 취해야 하나?


같은 날 찍은 사진인데 아래 사진은 조금 다르지?  그래봤자 거기서 거기지. 안그런가?




강용석씨. 당신은 재기발랄하고 두뇌명석하고 참 앞날이 촉망되는 젊은 사람이다.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설령 인생에서 몇차례 넘어졌다고 해도 당신의 인생이 여기가 끝이 아니니까 말이다. 사람이 살면서 실수도 하고, 불륜도 저지를수 있고, 반성하고 다시 일어날수도 있고 그런것이 인생이다. 


참 똑똑한 당신이 엉뚱한 짓을 하는걸 발견할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는 이런말을 사람한테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그만 이런 말이 입에서 새나오기도 한다. Pathetic....  영어도 잘하는 당신, 이 말의 뜻이 얼마나 나쁜지는 잘 아실것이다.  당신 재능을 엉뚱한데서 소모하지 마시길.   설마 당신같이 잘 난 사람이 관심종자는 아닐테고...설마 '옛다 관심'이 필요해서 지금 뻘짓중인건가?  설마... 코미디는 이쯤에서 끝내자.  건투를 빈다. 



첨언:  그런데 말이지. 나는 문제의 그 사진 - 현직 대통령 주위에 여직원들 (여성 비서관들) 줄나래비로 서 있는 그 사진 자체가 기분이 나빴어. 나는 그런 사진을 좋아하지 않아. 그 사진의 본질에 대해서 누군가가 심도있는 지적질을 해 줬다면 반가웠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기껏 다른 사진과 구도가 비슷하다고 시비거는건 ... 애석하게도 촛점이 엉뚱한데 맞춰져 있었다는거지. 그 사진 나도 맘에 안들기는 하다구 (다른 이유로.) 


 

과거에도 주의를 줬건만: http://americanart.tistory.com/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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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Books2018. 8. 24. 18:16


'문제는 보수냐 진보냐 하는 프레임 대결이 아니었어. 문제는 우파 정권이냐 좌파 정권이냐가 아니었어. 그들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우파이건 좌파이건 간에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대 정부가 나(국민, 시민)를 실망시킨 이유가 딴데 있었던거야.'


생각해보자. 그가 박근혜 지지자이건 문재인 지지자이건, 누구의 지지자이건 간에 진정으로 그가 그 정부에 대하여 제대로 흡족했던 적이 있던가? 그가 평생 보수 성향에 표를 던졌건, 진보 성향에 표를 던졌건, 혹은 오락가락했건 간에 정말로 자신이 표를 주고 선출했던 정부에 만족했던 적이 있던가? 


나도 평생 오락가락하는 일 없이 내가 선호하는 방향에 투표권을 행사해왔다.  그렇다고해서 정말로 내가 지지한 정부나 조직이 나의 희망을 일부라도 성취해 줬던가?  돌아보면 그게 꼭 그렇지는 않았던 것이다.  내가 지지한 진영이 '승리'했을때 나는 잠시 승리를 맛봤을 뿐이고, 내가 지지하지 않는 진영이 '승리' 했을때 나는 잠시 실망했을 뿐이고, 세상은 지지부진하게 흘렀을 뿐이다. 여태까지 그래왔다.  지금 현재도 그러하다. 저들은 나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며 죽을 쑤고 있다.  그저 저들이 잘 해내길 바라고 응원할 뿐이다.  떼거리로 움직이며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는데 있어 보수도 진보도 다를게 없다. (다른 도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면 나는 왜 번번이 실망하는가? 


이런 나의 '참 알수 없는 일'에 대한 해답을, 적어도 어떤 식의 설명을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 서문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었어. 

문제는 (미국식으로) 민주냐 공화냐가 아니었어.

문제는 (한국식으로) 아무개당이냐 아무개당이냐, 혹은 박근혜냐 문재인이냐 그런게 아니었어. 아니었어. 


어차피, 저들은 말하자면 '자본 권력을 가진자'들의 꼭뚝각시에 지나지 않았어.  자본권력자들은 보수건 진보건, 이명박이건 노무현이건 누가 대통령이 되건간에 상관없이 자본의 권력을 휘두르면 되었던거야.


정치에서 정치가 사라지고, 진보냐 보수냐가 무의미하고 정당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현재의 미국대통령이지. 그는 사실 친정인 공화당에서도 사생아 취급을 당하던 사람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어. 양당이 공고한 미국 사회에서 그는 그저 '공화당'이라는 옷을 선택했을 뿐 그에게 공화당이 큰 의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 그는 자본가로서 키워온 동물적 감각으로 자본주의의 꽃 미국의 심장에 칼을 겨누고 승리를 쟁취했던 것이지.  


이제서야 내가 수십년간 품어온 의문에서 약간 벗어난 기분이 든다.  진짜 권력은 다른데 있었던 거야. 그 어떤 대통령이 와도, 저 숨은 권력을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는 망할수밖에 없는거야. (숨은 권력의 시녀로 빌어먹고 살던가...)





Posted by Lee Eunmee
Books2018. 8. 18. 20:53




오랜만에 동네 산책 나가 영풍문고에서 발견하고 단숨에 읽은 책: 미국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진보진영의 스티글리츠와 맥을 함께하는 이론가, 행동가.  삽화만화도 저자가 직접 그렸다.  후딱 읽은 김에, 그의 전작 '자본주의를 구하라'도 읽기 시작했다.  아래 그림은 트럼프 치하에서 '말도 안되는 정치 선전 공작'에 대해서 보통 사람들이 보이는 현상을 그림으로 일목요연하게 설명한 것인데, 비정상에 대해서 --(1) 정상이 되기를 기대하다가 -- (2) 말도 안되는 미친 소리에 분노하다가 하다가 마침내는 무감각해져버리고 -- (3) 모든 현상에 대해서 냉소적으로 변하며 --(4) 심지어 무기력해져서 미친놈이 미친소리 할때도 아무 반응이 없는 단계까지 간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그의 처방은 오른쪽에 정리되어 있다. 

행동하라! 

변화하라!

정치에 참여하라 

격렬하게 논쟁하라

다른 사람의 활동에 가담하라

저항하라고 국회의원에게 요구하라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논의가 되고 있는 '국민연금' 관련해서 주목할만한 대목.  연금수령 연령을 높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부유층은 오래 살수 있지만, 빈곤층의 기대수명은 부유층과 동일하지 않고, 정작 연금에 의지할 사람들은 연금혜택을 못 받을것이고, 연금이 딱히 필요하지 않는 자들은 펑펑 쓰게 되겠지. 



미국인저자가 미국인들에게 제시하는 '대통령 탄핵' 방법론도 한챕터 있는데, 그 부분 읽으면서 '피식' 웃었다.  이미 앞서가본자의 여유랄까. 로버트 라이시 선생님, 한국의 예에서 배우시죠. 우리들은 이미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드렸거든요. 


저자는 그의 평생의 공부와 업적과 이론을, 이 짧은, 삽화와 곁들인 책속에 모두 응축시키고-아무나,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이해 할 수 있는 평이한 언어와 설명으로 풀어 놓은 것 처럼 보인다. 좋은 책이다. 이 책을 길잡이 삼아서 그의 전작들이나 관련 서적을 읽어나가면 좋을듯 하다.  좋은 책이다. 


August 18, 2018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