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4. 1. 20. 23:05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아침 기도를 위하여 창가에 앉았는데, 바람이 불어서 창가의 나뭇가지에 소복히 쌓였던 눈이 흩날렸다.  다람쥐들이 담장위를 쏘다니며 담장위에 쌓인 눈을 이리저리 흩뿌리기도 한다.  이웃 아파트의 지붕에 쌓여있던 눈이 일제히 바람에 쓸리며 눈안개를 연출하기도 한다.  깊은 산속 눈에 갇힌 작은 오두막에 앉아있는 기분이 든다. '골짜기에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던 황동규의 싯귀가 문득 어디선가에서 들려온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늙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는가?  사물들이 내게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황동규의 싯귀가 떠오르는것이 아니라 누군가 그 시를 중얼거리는듯한 느낌이 든다.  나무가, 눈이, 다람쥐가 두런두런 내게 뭐라고 말을 건다는 것이다.

 

 

"할무니 제사를 지내고 새벽에 절골댁에 제삿떡을 돌리러 가는데 눈이 허리까지 차도록 쌓여서, 간신히 뚫고 갔더니 대문에 금줄이 쳐져있쟎아요.  저 애기씨가 난 날이지 뭐야. 눈이 어찌나 많이 왔는지. 그날이 우리 할무니 제사지내고 다음 아침이라 내가 날짜를 잊어버릴수가 없어요" 

 

 

우리 큰댁 형님 (형님이지만 연배는 우리 엄마보다도 훨씬 많으신 분)이 겨울날 - 전설같은, 내가 태어난 날의 새벽을 또렷이 기억하고 서사시를 읆던 고대의 시인처럼 나의 탄생을 읊던 날이 있었다.  우리 엄마도 곧잘 '패쓰'하고 지나가던 나의 생일을 선지자같던 큰댁 형님은 정확히 알고 계셨다. 그날이 하필 '할무니 제사' 다음날이라서 해마다 제사를 지내니까 - 연결되어 내 생일도 함께 기억되는 모양이었다. 몇해전에 그댁 조카들 (그 형님의 자식들)로부터 부고를 받고 수원 장례식장에 가서 모두를 뵈온적이 있다. 그 조카들이 나의 큰 오빠나 아저씨 정도의 나이였지만 항렬상 조카였기 때문에 꼬박꼬박 나를 '아줌마'라고 불렀었다. 그댁 막내아들이 우리 막내고모와 비슷한 또래였고, 지금 아이돌 뺩치는 꽃미남이었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집안 농사를 지으며 유유자적, 겨울이면 장총 들고 토끼나 꿩을 사냥하러 선산을 오르내렸다.  어릴적 나도 그 조카가 꿩사냥 나갈때 따라나선적이 있었는데, 그날은 그냥 눈덮인 산만 돌아다니고 말았다.  그 꽃미남 조카는 나이가 칠순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꽃미모를 자랑하는 노인이 되었다.

 

 

 

눈이 밤새 허리까지 올라올 정도로 내리던 날 그 새벽에 내가 태어났기 때문일까, 나는 눈쌓인 풍경을 내다보는 것이 참 즐겁다. 눈이 쌓인 나뭇가지가 창가에 있을때는 그 나뭇가지들만 온종일 들여다봐도 여전히 즐겁다. 사랑에 빠진 연인의 얼굴을 하루종일 들여다봐도 즐거운것처럼.  당신은 하루종일 들여다봐도 여전히 보고 싶은 그런 사랑을 해 보았는가? 나의 사랑은 그러하였다.  다람쥐한마리가 아파트 나무 담장위를 달려간다. 눈이 이리저리 흩어진다. 경쾌하다.  그런 사랑을 해 본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눈이 또 퍼부울것이다. 내가 태어났던 날 함박눈이 쌓였던 것처럼, 내가 죽는날에도 함박눈이 내린다면 좋겠다.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by Robert Frost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4. 1. 20. 06:44

 

한국에서는 쿠팡이나 무신사등 패션 아이템 판매처에서 구입할 수 있고, 미국에서는 notabag usa 공식홈페이지 혹은 아마존 https://www.amazon.com/stores/Notabag/Homepage/page/BDE32BAC-3D70-40A2-BB6D-CF28C995F9D8 에서 구입가능.

 

내가 이 가방을 처음 발견한 것은 2023년 가을 추석연휴에 과천 국립 현대미술관에 '백남준'의 '다다익선' 작품 보러 갔다가 미술관 갤러리에서.  당시에 오리지날 파랑색을 사가지고 그자리에서부터 백팩으로 메고 다녔는데 가을 내내 그리고 겨울에도 '옷'을 입듯 이것을 달고 다녔다. 남편이  '너 중될래? 스님 매고 다니는 바랑같구나'하고 농담으로 놀리기도 했는데 남편도 이 가방이 내 패션에 아주 잘 맞는다고 어딜가나 먼저 챙겨주기도 했다.

 

지난 12월에 내 친구와 만나서 영종도에 놀러간 날 - 자연주의자라서 꽤 까탈스러운 내 친구도 이 가방에 반해서 '그것은 어디서 사는거냐?' 묻길래 '쿠팡'에서 싸게 팔더라 하고 알려주었는데 그날 저녁에 미대나온 딸과 의논하여 파랑색 하나 까망색하나 이렇게 두개를 샀다는 카톡을 받았다.  가을학기에 나와 작업하시던 시민 학생들도 외국 드나들면서 외국에서 사온거냐고 묻는 분들이 있었다. 사실 파랑색이 더 예쁜데, 겨울이라서 눈오면 눈에 띄는색이 좋을것 같아서 빨강색으로 들고왔다. 마침 매일 눈이 와줘서 매일 잘 사용중. 

 

웹에 설명이 나오는데 끈을 다른방식으로 잡으면 손에 드는 가방이 된다. 이걸 접어서 '가방내부의 포켓'에 접어 넣으면 네모난 카드봉투만해진다.  모든것이 참 자연스럽고 실용적이라서 놀라워했었다. 

https://notabag.us/

 

 

 

 

가을 내내 '옷'처럼 입고 다녔던 파랑색 가방.  추석에서 이어지던 연휴기간에 하늘이 천국처럼 파랗고 아름답던 날, 엄마 모시고 파주의 벽초지 수목원에 갔었다.  그날 사진에 파랑색 가방이 몇장 남이있다.

 

 

 

 

 

 

 

이 가방의 단점: 가방안에 '책한권'정도 혹은 그 이상의 무게가 실려야 어깨끈이 어깨에 착 붙어서 흘러내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가방에 뭐 장갑이나 '존재감이 없이' 가벼운것만 들어있으면 오히려 어깨에 착 붙지 못하고 흘러내린다.  그러니까 가방에 담을 것이 없으면 그냥 접어서 갖고 다니거나 '손수건이나 스카프'처럼 손에 들고 다니거나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이 편하고, 뭔가 장을 보거나 책같은 것을 담을때 오히려 제대로 '가방'기능을 한다.  스스로 모양을 잡는 가죽가방이 아닌 '보자기'와 같은 헝겊 가방들이 갖는 공통적인 개성이므로 단점으로 보기도 힘들지만. 가방안에 아무것도 없을때는 백팩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한다. 

 

 

빨강도 예쁘네
하나는 애들 도서관 가방으로 쓴다
난 이제 이가방 없인 못다녀
어깨 내려가는게 어찌하나 생각하다가 다이소 등산용품코너에서 간단한 체스트벨트 찍찍이 3개 천원에구매
멜때만 붙이고 다닌다.
작은 가방에 항상 넣고다니다 필요할 때 꺼내 잘 쓰고있지.

친구에게 '가방을 잘 쓰고 있니?'하고 물으니 사진과 함께 메시지가 왔다.  내가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어깨끈 흘러내림 현상을 내 친구는 찍찍이 끈으로 간단히 해결한듯 하다. 저런 방법이 있었군. 정말 현명한 친구이다. 파랑과 까망을 샀다더니 이 친구는 결국 까망을 사용하는군. 파랑에 반해서 사 놓고 왜 까망을 쓰는걸까?  원래 이 친구는 뭔가 색이 드러나는것, 원색적인것을 동경은 하되 실제로 사용은 잘 못하는 편인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내 친구가 나와 친구가 되었을것이다. 그가 동경하는 '드러나고, 원색적이고, 활발한' 그런 사람으로 내가 선정되었고, 내 친구는 그 곁에서 드러나지 않고, 무채색으로 조용히 나와 영혼의 교제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나는 또 그런 친구가 편하기도 하고. 둘다 원색적이고 시끄럽고 그러면 충돌이 일어나겠지.  돌아보면 ...내 삶에 스며든 좋은 사람들은 대체로 얌전하고, 조용하고, 말도 별로 없고,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 그런 유형의 사람들인것 같다.  또 그런 사람들은 나의 '야수파나 표현주의적 원시적 에너지'를 동경하는 것일수도 있다.

 

 

 

 

* 이 가방 리뷰를 쓰면서 스스로 자각한 사실: 아....내가 명품백의 세상에서 완전 은퇴를 했구나. 요즘 내가 사용하거나 관심을 갖는 가방들이 대체로 '헝겊 명품'쪽으로 가고 있구나. 십만원 안팎의 가볍고 실용적인 가방들.  사실 내 옷장안에 브랜드별로 한점에서 몇점까지는 갖추고 있다. 샤넬 한개, 구찌 두개, 버버리 다수, 크리스찬디올 한개, 페라가모 한개, 루이비통 다수. 돌아보면 지난 수년간 나는 이것들을 거의 꺼내들지 않았다. 샤넬가방은 내가 학교의 일로 외부의 중요한 자리에 초대받았을때 그래도 내가 대표하는 조직의 '가오'를 살리기 위해서 꺼내서 먼지 털어서 들고 나가는 편이고, 루이비통 여러개중에서 커다란 캐리올 가방 한개는 여름 겨울 미국 드나들때 정말 '짐보따리'로 끌고 다니고, 나머지는 그 아까운 것들이 온장안에 처박혀서 은퇴자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편이다.  현재의 나는 명품가방이 딱히 필요가 없다. 사람이 나이대별로 조금씩 생활이 변하는데, 이제 내 나이가 되면 명품 가방도 명품 옷도 별로 의미가 없다. 그런것으로 '가오'를 세우고 뭐 그럴 나이가 아니다. 그래서 젊은 며느리들에게 말해준다, "니 남편이 명품백 사주거든 아끼지 말고 가방 산 그날부터 들고다니고 마르고 닳도록 써라. 어차피 그거 닳아없어지지도 않고, 옷장 안에 묵히는사이에 청춘이 금세 도망간다." 

 

 

나는 보석도 없는 편이다. 그러니까 뭐 관심이 없다. 젊을때는 악세사리에 관심이 가기도 했는데 내가 귀금속에 빠져들었어야 할 나이에 유학을 하는 바람에 돈이 온통 학비로 쏟아져들어갔고, 머리를 '먹물'로 채운 후에는 보석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판 칠때 반지나 시계는 다 성가시므로 손에 뭘 걸치는게 불가능하고, 목에 목걸리를 하려해도 나이 먹으니 피부가 약해져서 금목걸이를 해도 목이 따갑고 가렵다. 그래서 목걸이도 안된다. 이래저래 귀금속도 나하고 인연이 없다.  가끔 농담삼아 남편이나 아들에게 말하곤 한다, "엄마가 귀금속에 꽂히는날 니네들은 망하는거야. 엄마 뭐에 꽂히면 정신줄 놓는거 알지? 가산을 팔아서라도 귀금속을 사서 모으러들거다. 다행이지 뭐니 내가 그쪽에 전혀 관심이 없으니."  사실 누울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거다.내가 귀금속 살만큼 돈을 잘 버는것도 아니니 처음부터 포기했겠지.

 

어쨌거나, 나이먹고, 다리도 쑤시고, 삭신이 쑤시니 명품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편한게 '장땡'이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4. 1. 19. 21:47

창가의 튤립 포플라: 봄이면 튤립같은 꽃이 이 나무에서 피어나서 '튤립 포플라'라고 버지니아 사람들이 부르는데, 눈이 쌓이니 목화솜 처럼 보인다.

 

 

1월 18일 목요일. 

 

아파트에서 다리를 건너면 바로 북버지니아의 최대 쇼핑몰이라 할만한 타이슨스 쇼핑몰 (왼쪽)로 진입하게 된다. 사진 왼편의 벽돌색 외벽에 반즈앤노블이 보이고, 회색 외벽에 AMC (극장) 표시도 보인다. 저 반즈앤노블이 나의 산책 목표 지점이다. 집에서 출발해서 5분이면 책방에 도착할 수 있으니, 신나는 산책코스이다. 

 

이 다리아래로 흐르는 도로가 Capital Beltway 인데 말 그대로 워싱턴디씨를 중심에 놓고 '벨트'처럼 동그랗게 순환하는 도로이다. 이 도로를 타고 있으면 워싱턴디씨 주위를 뱅글뱅글 돌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벨트웨이는 미국의 행정수도 워싱턴을 관통하는 '포토맥강'의 이쪽저쪽으로 버지니아와 메릴랜드를 통과한다. 2015년 봄에 내가 버지니아주의 조지메이슨대학과 메릴랜드주의 몽고메리 커뮤니티 칼리지 두군데에서 강의를 하던 시절 나는 아침에 패어팩스 조지메이슨에서 강의를 하고, 오후에는 이 벨트웨이를 달려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에 있던 몽고메리 커뮤니티칼리지에서 강의를 하고 밤에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곤 했다.  그당시의 나의 이동 노선이 버지니아패어팩스 -- 워싱턴디씨 -- 메릴랜드 실버스프링을 한바퀴 왕복하는거여서 그당시에 내가 농담으로 자평을 했었다: "나 무서운 사람이여. 하루에 버지니아와 워싱턴과 메릴랜드를 오가며 활동하는 사람이여."  이 벨트웨이가 수도 워싱턴의 동맥 같은 도로라서 트래픽이 심한데, 당시에 오후 6시에 시작되는 오후 강의를 하기 위해서 조지메이슨에서 오전 수업 세시간을 하고 - 집에 와서 라면 하나 끓여먹고 잠시 쉬었다가 오후 2시에 출발하여 오후 3시에 학교에 도착하여야 했다.  오후 2시이후에 출발할 경우 시시각각으로 트래픽이 심해지면서 25마일 거리를 세시간씩 운전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에. 어느날은  정말 차가 안막히면 30분이면 통과할 그곳을 세시간이 넘게 도로에서 가다서다를 한 적이 있었다.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벌써 그 시간도 십여년 전의 일이다.  이 다리아래로 미친듯이 달리는 자동차들처럼 나의 시간도 빠르게 흘렀다. 

 

(아래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벽돌건물을 우리식구들은 '쇼핑백 건물'이라고 부른다. 원래 건물 디자이너가 설계할때부터 '시장가방' 형태로 컨셉을 잡았다고 한다. 2007년에 처음에 이곳에 왔을때는 이 건물만 유독 크게 보였던 상징적인 건물이었으나 지금은 이 일대가 개발이 되면서 화려한 고층건물들이 많이 들어서서 이 건물이 어딘가 찌그러진 느낌이다. 

 

신호등에 뭐라는 메시지가 많이 붙어있다. (맨아래) 건너고 싶으면 버튼을 누르라고 적혀있다.  보행자용 건널목 신호등이 자동으로 바뀌는것이 아니라 보행자가 버튼을 눌러야 신호가 바뀌는 시스템이다.  만약에 사거리라면 두가지 방향의 신호등이 있어서 자기가 건너려는 방향의 버튼을 눌러줘야 한다. 이걸 안 누르면 아무리 기다려도 보행자 신호가 켜지지 않는다.  

 

 

 

 

타이슨스 쇼핑몰 푸드코트.  저쪽에 AMC 입구가 보인다.  읽고 있는 책은 Jonah Berger 의 Magic Words: What to say to get your way. 

 

전에 온가족이 매클레인에 살던 시절에는 금요일 저녁에 온가족이 이곳에 와서 영화도 보고, 푸드코트에서 밥도 먹고, 쇼핑몰 구경도 하고 그랬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금요일 저녁의 풍경.   아이들은 장성하여 각자 살고 있고, 나는 여행자로 잠시 이곳을 스친다.  산책삼아 이곳에 오는 일이 항상 즐겁다. 

 

이 책은 꽤나 흥미진진하다.  '명사'와 같이 규정하는 어휘가 '형용사나 동사'같이 서술하는 어휘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가령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사람을 죽였을때 (1) 그는 살인자다, (2)그는 사람을 죽였다 이 두가지 설명중에서 (1)번이 그 사람의 '규정'하는 표현인데 사람을 죽인 사실에는 차이가 없지만 '그는 살인자다'가 그 사람에 대하여 훨씬 더 부정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이 예는 내가 생각해 본 것이고, 책의 저자는 'help'와 'helper'로 설명을 한다. 

 

 

 (1) Will you help me to clean it?  (2) Will you be an helper (and clean it)? 

 

 

 

이 두가지 중에서 '나를 도와줄래?' 보다는 '나의 조력자가 되어줄래?'가 상대방의 도움을 이끌어내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좋은 책이다. 조나 버거의 책을 몇권 더 읽어야지) 

 

 

1월 19일 금요일, 눈. 

 

새벽에 깨어보니 창밖의 나뭇가지가 선명해졌다. 아하! 밤사이에 또 눈이 왔구나!  내다보니 눈이 솔솔 뿌리고 있다. 나뭇가지의 눈이 지워지기 전에 다시 눈이 내려 덮었다.  좋아라!  눈이 오는 창가는 항상 기쁘다 (출근 할 걱정이 없으니까!).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4. 1. 18. 11:58

작년에 이어서 온라인으로 연말정산을 마쳤다.  혹시 해외에서 하면 어떤 장애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아무런 장애 없이 간편하게 연말정산을 마칠수 있었다.

 

나는 평소에 별로 세밀한 계획없이 그냥 '카드'로 살림을 하고 있는데 - 연말 정산을 위하여 국세청 홈택스에서 나의 종합적인 자료를 내려 받아보면 지난 일년간 내가 어떤 항목에 어떻게 돈을 썼는지 알려줘서 신기한 느낌이다. (내가 개념없이 살고 있다는 반증인지도 모른다.) 나는 예전에는 (내가 20대 30대 이던 시절) 정말 돈 10원까지도 세밀하게 가계부에 기록하고, 계획하고 돈을 쓰던 치밀한 사람이었다. 그 후에 유학생 시절에는 가계부고 뭐고 학비 제외하면 정말 뭐 가계부 쓸것도 없이 빠듯하게 살았고, 그 이후에는 그냥 있는 돈 범위 안에서 크게 신경안쓰고 알뜰하게 살았고, 최근 10여년은 버는대로 쓰고, 나머지도 쓰는 그런 삶이다. 별로 저축에 뜻이 없다.  그렇다고 흥청망청은 아니고, 나를 위해 쓰거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쓰거나 이리저리 돈을 쓴다. 돈 모으기위해서 머리를 싸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 예수님께서 보물을 하늘에 묻어놓으라고 하셔서, 내가 이 세상에 예금을 많이 남기고 죽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 블로그에서 밝힌바 있는데, 나는 교회에 다니고, 교회에 헌금을 한다. 십일조라고 매달 내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내 수입의 십분지일을 내는 것은 아니다.  그냥 교회에 내가 낼만큼만 낸다. 그 대신에 무슨 어린이재단이나 국경없는 조직이나 이런저런 재단에 매달 돈이 나간다.  연말정산할때 이렇게 '자동이체'되는 시스템의 좋은 점은 내가 따로 영수증 처리를 안해도 홈택스가 자동으로 다 알아서 정돈을 해주더라.  그러니까 내가 연말정산에서 추가 해야 하는 것이 '교회 헌금 영수증'이다.  그래서 어제 그것을 교회에서 pdf로 받아서 연말정산을 마칠수 있었는데, 내가 정확한 숫자를 들여다보니 지난  일년간 교회를 포함한 이런 저런 단체에 기부금으로 보낸 액수가 나의 일년치 수입의 '십일조'에 해당된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나는 십일조를 낸 것이 아닐까?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4. 1. 18. 11:26

 

지난 크리스마스에 인천공항 책방에서 샀던 책.  년말이니까 뭔가 이런 책을 읽으며 한해를 시작하면 좋을것 같아서 샀었는데 조금씩 보다가 오늘 밑줄 팍팍 그으면서 마저 읽고, 아마존에서 하드커버 원작을 찰리네 집으로 주문했다. 아들 며느리가 집에 두고 읽으면 도움이 될것 같아서.  이 책은 큰아들 존의 집에 두고가면 존이 읽을것이다. (나는 킨들로 한권 사서 아이패드에 갖고 다니며, 리더십 트레이닝 자료 만들때 활용해야지. (24년도에는 전문가들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트레이닝 스케줄이 봄 가을에 많이 잡혀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에 내가 내린 결정이 '아주 잘 한 짓'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번역된 '퓨처 셀프'보다는 '지금 미래의 너로 살라'는 원제가 훨씬 작가의 취지에 부합하는 듯 하다. 하지만 번역하기에는 그냥 퓨처 셀프가 선명하고 기억에 강하게 남을것이므로 번역 제목도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 현재, 네가 꿈꾸는 미래의 네 모습으로 살라'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메시지이다.  예컨대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면 지금 TV 앞에서 빈둥거리며 '장차 축구선수가 되어야지'하고 꿈을 꾸기보다는 지금 나가서 축구공하고 놀고 있어야 한다는 식이다.  잔가지를 싹 치고, 그 목표지점에서 필요한 것을 지금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라는 것이다. 

 

 

최근에 내가 내린 결정은 지난 2년간 내가 책임자로 이끌던 프로젝트 한가지를 내려 놓았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프로그램을 이렇게 저렇게 창조적으로 운영하는 재미와 보람도 적지 않았지만 - 나는 내가 '소모'되거나 '닳아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좋은게 아니다. 나는 이것을 접어야 한다'는 생각이 종종 강력하게 나를 붙잡았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여 마무리를 아름답게 짓고 그 일에서 벗어났다. 이 책을 읽으면서 - 저자가 역설하는게 바로 그것이었어! 나는 제대로 된 판단을 했던거야' 하고 확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문제'라고 발견한 것은 -- 미래의 나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마치 이 땅에서 '미래가 없는 사람'처럼 살고 있다. 예수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 내일 무엇을 먹고 입을것인가 염려하지 말고 주님의 나라와 정의를 구하라고.  주님의 권능과 그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걸까? 이따금 그 문제를 생각하긴 하지만, 그 역시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없고,  지금 현재 직장을 다니는 것 외에 미래의 내 모습에 나는 어떤 바람도 그 무엇도 없어보인다. 

 

 

사람이 한 번 되게 당해보면 (죽음이 내 곁을 스쳐지나간다거나 내가 1초후에 죽을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보면) - 미래를 계획하는게 아무 의미가 없어지고 만다. 내가 지금 그런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언제 죽을지 알수도 없는 인생, 무슨 십년후 혹은 오년후를 따지고 있는가, 하나님과 대면했을때 그가 나를 기쁘게 맞으실지 그것이 더 궁금한 사항이 아닐까 말이다. 

 

 

그래도 내가 나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해본다면 -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따뜻하게 웃어주고, 매일 기도하고, 매일 웃고, 건강한 좋은사람.  그 외에 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내게 유익하다. 내게 쓸데없는 것들을 잘라내고 정리하라고 일깨워준다.

 

 

 

 

Matthew 6:25-34 

6:25

Therefore I tell you, do not be anxious about your life, what you will eat or what you will drink, nor about your body, what you will put on. Is not life more than food, and the body more than clothing?

6:26

Look at the birds of the air: they neither sow nor reap nor gather into barns, and yet your heavenly Father feeds them. Are you not of more value than they?

6:27

And which of you by being anxious can add a single hour to his span of life?

6:28

And why are you anxious about clothing? Consider the lilies of the field, how they grow: they neither toil nor spin,

6:29

yet I tell you, even Solomon in all his glory was not arrayed like one of these.

6:30

But if God so clothes the grass of the field, which today is alive and tomorrow is thrown into the oven, will he not much more clothe you, O you of little faith?

6:31

Therefore do not be anxious, saying, ‘What shall we eat?’ or ‘What shall we drink?’ or ‘What shall we wear?’

6:32

For the Gentiles seek after all these things, and your heavenly Father knows that you need them all.

6:33

But seek first the kingdom of God and his righteousness, and all these things will be added to you.

6:34

Therefore do not be anxious about tomorrow, for tomorrow will be anxious for itself. Sufficient for the day is its own trouble.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