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8. 9. 13. 13:04


지난 주말에 책방에서 구입하여 읽은 책, 유발 하라리의 21 Lessons for 21st Century 에서 눈여겨 본 대목을 수업중에 학생들과 토론하였다. 


21세기 교육현장에서 중시되어야 할 네가지 덕목/목표를 전문가들이 제시했는데 모두 C자로 시작되므로 '4Cs'라고 한다. (서양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머릿글자 놀음 하는 것을 좋아한다.)  학생들에게 책 소개를 잠깐하고 '우리가 수업에서 학생으로서, 교수로서 공통적으로 지향해야 하는것이 무엇일까? C씨자로 시작한다. 아무거나 C자로 시작하는 괜챦은 가치를 말해보라'고 제안했다. 


어리둥절해 있는 학생에게 내가 예를 들어준다. 


"For example, what about 'copying'?"


학생들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웃는다. 학생들이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copy and paste (인터넷 자료 카피해서 내 숙제에 그대로 붙여넣기 -- 전형적인 부정방법, 하버드생들도 위키피디아를 카피 페이스트 한다고 가끔 뉴스에 나온다)를 연상하고 웃는 모양이다.  내 그럴줄 알았어. 하지만..



"Hey, 'copying' is also a good tool of learning or practicing something new.  When you were a little child, when you were learning Korean alphabets or English alphabets, you 'copied' the letters repeatedly.  Copying and imitating, these are also good tools for learning. Fine, but for the 21st century, you are suggested to aim higher than that. What could be higher values and virtues?"




학생들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여기저기서 C로 시작되는 근사한 개념들이 튀어 나온다. 내가 기억하는, 학생들이 던진 어휘들



  1. cause (명분?)
  2. cope (maybe coping skills)
  3. care (누군가를 돌봄)
  4. concentrate
  5. courage
  6. cognitive
  7. challenge


좋은 개념들이지만, 책에 소개된 전문가들이 제시한 목록에는 없는 것들이다. 그러다가 슬슬 정답들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내가 가르치는 세 클래스에서 동일한 토론을 했을때, 공통적으로 가장 먼저 튀어나온 개념이 'creativity'였다.  학생들이 아마도 이 어휘를 제일 친숙하게 생각하고, 그럴싸한 가치로 여기는 모양이다.  그것은 네번째이다. 1, 2,3 번이 남았다.  공통적으로 두번째로 언급되는 것이 cooperation이다.  책에는 Collaboration으로 소개되었지만, 학생이 cooperation이라고 말할때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한 것이므로 'Bingo' 정답으로 인정을 해 준다. 그것이 세번째 가치이다. 1번과 2번이 남았다.  2번, Communication까지는 그럭저럭 수월하게 나온다.  1번 정답이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이리저리 추측을 하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서, 내가 내 머리를 툭툭 치기도 하고 (머리와 관련이 있다고), 혹은 칠판에 cogito ergo sum 도 적어본다. 교탁위에 올라 앉아 로댕의 생각하는 남자 자세를 취해보기도 한다. 



Curious 라는 단어가 나온다.  Not bad.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결국 누군가가 자신없는 표정으로, 개미소리만하게 중얼거린다, "Critical...."  빙고! 정답. Critical Thinking. 첫번째 덕목 Critical Thinking.



  1. Critical thinking
  2. Communication
  3. Collaboration
  4. Creativity



우리는 분석적,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 대화하고 --> 협력해서 --> (함께) 창조해내는 인재를 키워내야하고, 그런 인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자, Critical Thinking 이라는 답을 찾았다해도 이 개념은 다른 것들에 비해서 좀더 추상적이다.  뭐가 critical인걸까? 알듯 모를듯 하다.  학생들을 세명씩 소그룹으로 나눠서 과제를 준다. 셋이 의논을 해서 Critical Thinking 이란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라. 준비가 되었으면 칠판에 정의를 적으라.  약 5분의 시간을 주면 각 소그룹에서 나름대로 의논하여 critical thinking의 정의를 문장으로 만들어가지고 앞의 칠판에 차례차례 적는다.  그들이 각자 적은 정의는 각기 차이가 나고, 완벽한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이들이 정리한 것들을 '모두' 모으면, 그 안에 Critical Thinking이 무엇인지 내용이 모두 들어있다.  다 함께 차례차례 소그룹들이 적은 정의를 리뷰하면서 개념이 좀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다른 작업도 병행한후, 수업을 마칠때 학생 개인별로 4C가 뭔지 말해보라, 너는 이 네가지 스킬중에서 뭣에 강하고 뭣에 약한가. 어느 부분을 보완하고 싶은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은 자신이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좋은데 협력하는 부분이 약하다거나 이런 고백을 하게 된다. 그러면 그 학생은 대학시절에 무엇을 더 키워야 할지 스스로 답을 찾은 셈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뭔가하면, 엊그제 대학 새내기가 된 신입생 클래스에서도 이 4C에 대한 정답이 10분 안에 모두 나왔는데, 몇몇 동료 교수한테  개별적으로 동일한 질문을 했을때 4C를 제대로 답한 이가 없었다. 이분들이 학생들보다도 영어도 더 잘하고 아는것도 더 많지...세상도 훨씬 더 오래 살았고... 그런데, 세가지까지는 맞추는데 네가지 모두를 맞추지는 못한다. 아마 누가 나한테 물어봤어도 나도 맞추기 어려웠을걸. 무슨 말씀인가하면, 똑똑한 한사람보다 평범한 여러사람의 지혜가 더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collaborative 인재를 키워내야 하는거다. 







내 연구실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  가끔 학생들이 내 연구실에 들렀다가 이 포스터 사진을 찍어가기도 한다. 









Posted by Lee Eunmee